자유 한 명이 퇴장당했을 때 더 답답한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지공을 못해서.
오베르단 퇴장 전까지 좋아보였던 이유? 포항도 올라오는 만큼 노릴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니까. 당연히 지난 경기보다 개선된 모습이 보였고 그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되어있다는 거니까요.
근데 퇴장 후에 5-3-1, 혹은 5-4-0으로 내려앉은 상대를 공략하려 하니 그때부터 지공이 약하다는 게 더 두드러집니다. 수비부터 상대를 본인에게 고정시킨 뒤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수적 우위 발생시키고 상대에게 부하를 줘야 상대를 공략할 수 있는데 그런 움직임은 글쎄요..
사실 이건 인천도 인천이지만 리그 전체의 한계라고도 생각하는게, 지공을 잘하는 팀이 거의 없습니다.
이 말은 즉, 두줄 수비로 내려앉은 상대를 제대로 공략하는 팀은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거의 없어요. 경기별로 그런 모습이 나올 수는 있지만, 그걸 일관성있게 보여주는 팀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지공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 체급으로 찍어누르는 경우이거나 공격 전환 상황인 경우가 많고.
특히 이번 시즌 그게 더 티가 나는 게, 5-4-1로 내려앉은 팀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걸 공략해왔던 대표적인 팀들을 볼까요. 울산은 선수단 노쇠화 이슈가 있고, 포항도 오늘 경기 보면 '지공'에 능한 것 같진 않습니다. 전북은 상황이 어렵고 광주도 선수단 체급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고 있네요. 이건 결국 K리그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발전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래서 사실 승점 3점 가져오지 못한 게 놀랍지는 않아요. 오히려 발전한 부분이 있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보여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하고. 발전하는 부분이 아예 없었다면 이런 얘기도 안 했을 것 같지만 상대가 내려앉기 전까지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관점에서 이 팀은 많은 발전을 이뤄왔고 성과를 내온 팀이기 떄문에 갑작스레 팀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무너지는 팀들을 보면 전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내부 정리가 안 된 팀이 많더라구요. 인천도 사실 몇 년 전까지 그런 이슈를 꾸준히 겪었던 팀이고. 근데 지금은 최소한 그런 이슈는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걱정은 하지 않아요.
다만 오늘 경기에서 기분이 나쁜 포인트는 선수 개개인의 에러가 너무 많았다는 거. 간단한 패스 미스 나오는 거, 세컨볼 멀뚱멀뚱 쳐다보는 거, 클리어링 제대로 못해서 상대에게 공격 찬스 내주는 등... 상대 에러를 유도할 지언정 우리가 에러를 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계속해서 그런 모습이 나온다는 건 좀...
이건 코치진이 잘 일꺠워줘야 하겠지만, 선수단도 각성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전략 잘 짜서 상대 곤란하게 하면 뭐 합니까. 패스미스해서 소유권 내주고 압박 제대로 안 하면 말짱 꽝인데. 저러다 상대가 찬스 하나 살리면 얻어맞고 지는 거예요. 이런 부분은 좀 더 안 봤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