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사 레전드, 낭만, 의리는 사치가 된 축구판…갈수록 파리 목숨, ‘극한 직업’ K리그 감독[SS포커스]
K리그 팬은 갈수록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응원석 현수막은 기본이고 어느덧 유행이 된 ‘버스 막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감독을 향해 심한 욕설을 하기도 한다.
항의 방식에 논란의 여지는 있다. 자칫 팬이 실력 행사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팬 조차 반대 목소리를 내는 집단행동이기도 하다. K리그 수도권 기업구단을 15년간 응원한 30대 남성 전 모 씨는 “버스 막기는 정말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경기장 내에서 외치는 것만으로 의사 표현이 가능하지 않나. 장기간 버스를 막고 서서 항의하는 것은 폭력적으로 보인다. 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이 치외법권도 아닌데 예의는 갖췄으면 좋겠다. 일부 팬이 구단이나 프로 축구 전체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든다”는 의견을 냈다.
강성 팬 행동에도 이해가 가는 대목은 있다. K리그는 갈수록 평준화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강등 공포를 느끼는 팀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2부리그의 승격 경쟁도 점점 치열해진다. ‘지옥’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자칫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강한 항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제 비밀이 없는 시대가 됐다. 팬도 구단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축구에 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나름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도 있다.
여러 이유로 K리그 감독 수명은 ‘파리 목숨’으로 불릴 만큼 짧아지고 있다. 3년6개월을 이끈 이민성 감독이 ‘장수 사령탑’으로 불릴 정도다. 실제로 현재 K리그에서 3년 이상 한 팀을 맡은 지도자는 울산HD 홍명보 감독, 인천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부천FC1995 이영민 감독, 김포FC 고정운 감독 정도에 불과하다.
살벌한 분위기 속 감독직을 이어가는 지도자들은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약을 복용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극한 직업’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