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사 [단독] 감독 선임 비용도 모른 채 협상 진행… 문제는 의사결정구조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력강화위는 그간 감독 선임 예산 규모를 모른 채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전력강화위원 A씨는 “관련 사항을 여러 차례 협회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지난달 18일 9차 회의를 진행할 때가 되어서야 감독 선임에 얼마를 쓸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력강화위는 1순위에 두고 협상을 진행했던 마쉬 감독을 잡지 못했고, 그는 5월 중순 캐나다 대표팀으로 향했다. 협상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테이블에 앉다 보니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전력강화위의 역할은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것이다.
결국, 감독 선임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건 전력강화위가 아니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지난 28일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감독 선임에 대한 전력강화위의 결정을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전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의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위원장을 따라 다수의 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축구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국 전력강화위는 있으나 마나 한 조직이고, 결정권은 정 회장에게 있다”며 “김판곤 위원장이 전력강화위를 이끌던 시절과는 의사결정 구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력강화위원 B씨는 “이럴 거면 뭐하러 시간을 내서 회의에 참석했는지 모르겠다”며 “기껏 회의를 통해 모은 의견이 무시된 셈”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국내 감독 선임 방향으로 흘러갔던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대표팀 사령탑 최종 후보로는 홍명보 감독과 호주의 아널드, 이라크 대표팀을 맡은 헤수스 카사스 감독 등이 거론된 바 있는데, 이 가운데 현재로서는 히딩크 감독이 축구협회에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아널드 감독에 대한 선호가 큰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과 위원들의 줄사퇴로 표류 위기에 처한 전력강화위의 방향키는 이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쥔다. 축구협회는 이날 “정 위원장이 하던 감독선임 업무를 이임생 기술이사가 이어받아 할 예정”이라며 “전날 전력강화위원들과 긴급 비대면 회의가 있었고, 이때 위원들이 정 위원장이 진행해온 감독선임 업무를 이임생 기술이사가 이어받아 할 수 있게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사는 곧 외국인 사령탑 후보들을 직접 만나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이누리 기자(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