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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XX]이 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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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창시절에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어린이날에 같이 영화 보자고 했다

2. 나는 기뻐서 (잘 모르고) 친구들한테 이야기했다. 당연히 부담을 느꼈는지 영화 약속은 없던일로 되었다.

3. 조금 시간이 흘러 좋아하는 후배가 생겼다. 밤이면 밤마다 문자를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4. 그저 좋아했고, 어떠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어떡해야하는지 몰랐으니깐.

5. 근데, 얼마뒤에 문자 주고 받는 사람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하 그렇구나... 하고 실망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아무사이도 아니니깐. 

6. 몇 개월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 나는 그 친구가 우리반 다른 친구랑 (나랑 안 친함) 사귄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배신감이 들었다, 질투심이 들었다, 얼굴이 벌개지도록 어이가 없었다. 근데 내가 무엇하나 한 게 없고, 어떤 관계도 아니었으니 솔직히 말해서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사실 웃긴 감정이다. 아마 그 기간동안 나는 뭔가 유사 연애한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일까? 연애 경험이 전무했던 나로서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선덕선덕해졌고, 혼자 착각아닌 착각을 한 것 같았다.  

8. 나도 졸업을 하고 그 친구도 졸업을 하고, 한 번 만난적이 있었다. 이제는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 친구도 이제 그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특히, 나를 대하는 태도도. 그렇게 그 날 이후로 만난적은 없었던 것 같다. 

9.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엔, 관심과는 사람과 몇 번 좋은 관계로 진입할 뻔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좋은 관계로 이어지는 어떤 신호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그 인연이 지나가고 나서야 뒤늦게 깨달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지나고나서야 알아챘다 (친구들 말로는...). 아마 나는 혼자 설렘을 고이 간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친한 남사친 코스프레를 연기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지금은 연락을 아주 가-끔 하는 남자여자사람친구가 되었다.

10. 혹은 반대로, 혼자 급하게 (둘 사이의 맥락 따윈 없이) 들이댔던 것 같다. 영화를 보러 가자, 기말고사 끝나면 밥 먹자... 근데 그것도 지질하고 자존감 없는 남자의 그 조급함으로. 상대방은 당황했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것도 헤아리지 못하고, 혼자 들이대고, 혼자 상처받았다. 그랬던 적은 조금 더 많았던 것 같다. 

11. 소개팅도 해봤다, 어색한 친구의 소개로. 애프터 까지 했다. 상대방도 나도 뭔가 확 와닿는것이 없었던 것인지, 자연스럽게 애프터 이후에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12. 나이가 든다. 이제는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점점 어렵다고 느껴진다. 애초에 낯 가림이 심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다.

13. 가끔 친하게 된 사람이 나에게 잘해준다면 약간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순수한 인류애적인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것인지 어떤 이성적인 감정을 약간이라도 내포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아채기가 힘들다. 어쩌면 그럴 필요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14. 인연이 길게 가지 않을 걱정에, 나혼자 폭주하고 들이대서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 걱정에, 언젠가는 신호가 오길 기다리는 마음에, 그리고 이제는 이 나이에 응당 그래야한다고 하는 것들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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