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생각하지 않는 윙어: 정치인
생각하지 않는 윙어: 정치인
이적료와 연봉 인상까지 감수한 영입, 명분 없는 선택일까?
정치인 영입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 팬들의 반응은 차갑게 식었다. 당혹감을 넘어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외국인 윙어 기다렸더니 결과가 고작 이거임?”
“이럴 거면 김보섭, 김민석은 왜 보낸 거?”
“설마 감독 픽은 아니겠지, 프런트 무능 아님?”
팬들의 이런 감정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치인’이라는 이름은 이미 K리그 팬들 사이에서 일종의 밈(Meme)이 된 지 오래고, 심지어 이적료와 연봉 인상이라는 조건까지 붙었으니까 말이다. 상식적으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영입임이 분명하다.

(자료=Gyeongin Broadcasting News)
하지만 이 의아한 영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질문의 궤적을 조금 바꿔야 한다. “정치인이 과연 잘하는 선수인가?”가 아니라, “왜 굳이 지금, 이 조건까지 얹어주며 그를 데려와야만 했는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윤정환의 좌측 윙어, 그 잔혹한 오답 노트
윤정환 감독 체제에서 왼쪽 윙어의 기준점은 명확했다. 바로 '바로우'였다. 시즌 초반 바로우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압도적이었다. 폭발적인 속도와 첫 스텝, 수비 뒷공간을 꿰뚫는 본능적인 타이밍. 터치라인에 바짝 붙어 상대 풀백을 물리적으로 묶어버리는 그의 움직임은 왜 그가 프리미어리그를 누볐고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는지 몸소 증명했다.

(자료=Korea Professional Football League)
바로우가 부상으로 선발 엔트리에서 잠시 떠났을 때, 감독은 김보섭과 김민석을 차례로 시험대에 올렸다. 두 선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지만, 결과는 묘하게도 비슷했다.

(자료=Korea Professional Football League)
김보섭의 경우 연계는 괜찮았고, 수비 가담도 성실했다. 하지만 좌측에 서는 순간 인천은 깊이를 잃었다.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안쪽을 향했고, 순간 속도와 뒷공간 파괴력이 부족했다. 상대 풀백은 굳이 따라 나올 이유가 없었고, 좌측은 자연스럽게 죽은 공간이 됐다.

(자료=Online Sports Entertainment News)
김민석은 재능이 넘치는 선수였다. 볼을 잡았을 때의 번뜩임이나 드리블 감각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윤정환 감독의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이것이었다.
“민석이는 공을 '받은 뒤에' 판단을 시작하는 선수”
이 한 문장이 이번 영입의 모든 맥락을 설명한다. 윤정환 축구에서 윙어는 공을 받기 전에 이미 다음 동작을 결정해두어야 한다. 공이 발에 닿는 순간은 ‘판단’의 시간이 아니라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 찰나이기 때문이다.
김민석은 반대였다. 공을 받고, 고개를 들고, 그제야 선택지를 찾았다. 이 0.5초의 지체는 속도와 각도를 생명으로 여기는 윤정환 전술에서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아마 감독은 여기서 확신했을 것이다.
“우리 팀에 더 이상 공을 받고 고민하는 윙어는 필요 없다.”
'단순함'이라는 확실한 무기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뻔하다. 판단이 압도적으로 빠른 선수를 구할 수 없다면, 차라리 판단이 아주 단순한 선수를 쓰는 것이다. 여기서 정치인이 등장한다.

(자료=News1)
이 선수는 공을 받기 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고,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하며, 감독이 지시한 위치를 끝까지 사수한다.
공을 받으면 직선으로 달리고, 공간이 보이면 침투하며, 막히면 단순하게 돌려놓는다. 팬들 눈엔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전술을 입히는 감독 입장에서는 이보다 관리하기 편한 카드가 없다.
왜 ‘이적료’라는 리스크를 짊어졌을까?
여기서 다시 의문이 생긴다.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의 선수를 굳이 그 돈 주고 사야 했나?” 윤정환 감독의 계산은 ‘가성비’가 아닌 ‘실패 확률의 제거’에 있었을 것이다. 1부 리그에서의 풍부한 경험, 그리고 기복 없이 기본은 해줄 것이라는 신뢰. 감독에게 지불한 이적료는 성공을 위한 투자라기보다, 전술적 실패를 방어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료였던 셈으로 보인다.

(자료=Korea Professional Football League)
결국 정치인 영입은 설레는 선택은 아닐지언정 아주 이해 못 할 선택도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시즌의 뼈아픈 실패와 이번 전지훈련에서 느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감독이 내린 지극히 현실적인 옵션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이 선택이 ‘실패’가 되는 시나리오
물론 “이해는 가지만, 결과가 나쁘면 어쩔 거냐”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맞다. 필자도 같은 마음이다.
만약 득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혹은 좌측 측면에서 무언가 창의적인 균열을 만들어야 할 때 그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내세운다면 이 영입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그는 경기의 결을 뒤집는 유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 윙어 영입이 끝내 무산되어 그 공백을 정치인이 온전히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기대감은 선수와 팀 모두에게 독이 될 것이다.
박수보다는 오히려 욕먹을 각오로 내린 결정
정치인은 인천을 한 단계 끌어올릴 파괴적인 카드도, 팀의 아이콘이 될 스타도 아닐지 모른다. 다만 윤정환 감독이 지난 실패를 복기하며 “무엇을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인가”를 분명히 정리했고, 그 결과 가장 흔들림 없는 선택지를 골랐을 뿐이다. 어쩌면 박수를 받기보다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고집에 가까운 선택이라는 것이다.

(자료=Incheon United FC)
이제 공은 시즌으로 넘어갔다. 이 선택이 ‘치밀한 현실적 계산’으로 남을지, 아니면 ‘피할 수 있었던 타협’으로 기억될지는 경기장에서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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