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인춘문예] 레전드 공격수
날이 차가운 어느날 나는 처음으로 동아시아의 한국이라는 나라의 땅을 밟았다.
동유럽 국가에서 태어나 유럽무대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나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본인을 증명하고자 왔다.
낯선 파랑 검정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입단 기념 사진을 찍은 나의 등번호 뒤에는 9번이 박혀있다.
최고의 스트라이커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이 번호에 맞게 기필코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보이겠노라, 나는 다시끔 마음을 다잡는다.
팀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고,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잘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팀의 서포터들이 나의 이름을 격하게 외치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영원한 동행이란 없는 것일까......
무더운 여름
나의 이름을 울부짖던 서포터를 뒤로하고 아쉽게도 나는 정든 경기장, 서포터, 팀원들의 곁을 떠나게 되었다.
내 이름은 달리.
달리 베셀리노비치.
인천유나이티드의 레전드 9번 공격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