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인춘문예] 감독의 삶
"감독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팬들이 다 몰려와서.. 어떡하죠?"
큰일 났다. 이 팀에 몸을 담은 지 대략 20년.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조성환 감독님과 임중용 단장님이 더더욱 보고 싶어졌다.
"일단 문 닫고 들어와 봐." 나는 올해 막내코치가 된 성훈을 조용히 불러들였다. 성훈은 선수 시절에 뛰어난 공격수였고, 지금은 후배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재주를 지닌 뛰어난 코치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시절 그의 모습을 보고 축구선수의 꿈을 꾸는 아이들이 올해도 우리 아카데미에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아니, 지난 시즌 성적이랑만 비교하면 안 되지. 올 시즌 잠깐 주춤할 수도 있는 건데. 뭔 난리야!"
그렇다. 우리는 지난 시즌 K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구단 역사상 8번째 트로피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사뭇 다르다. 유럽에서 복귀한 박승호와 최우진이 한 시즌만 뛰고 은퇴한 영향이 컸다.
그렇다고 김상식의 팀마냥 곤두박질치지는 않았다. 12경기 6승 3무 3패로 3위에 랭크됐다. 근 몇 년간 가장 낮은 순위이긴 했다.
"침착해보자.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고 다가올 겨울 이적 시장도 있어. 날이 조금 따뜻해지는 1월 말이 되면 부상 선수들도 모두 회복될 거야. 간담회도 이미 열어 소통하지 않았는가."
성훈의 생각은 달랐다. "성적보다 경기력을 문제삼나 봐요. 마치 십 수년 전 클린스만 때처럼요. 감독님이 직접 나가보셔야..."
성훈의 주저하는 듯한 말투에 염기훈이 떠올랐다. 설마 아니겠지.
경기장 밖에서는 끊임없는 괴성과 함성이 섞여 들려온다. 뭔지 모를 둔탁한 소리도 들려오고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음도 전해진다. 공포스럽다.
"너 개천이라고 들어봤어?"
이 팀에 첫발을 내디딜 때 들은 한 선배의 말이 불현듯 스쳐갔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인가. K리그에서 가장 재미있고 중독적인 콜송으로 나를 변함없이 응원해온 이들이 아니던가. 나는 마음을 다 잡았다.
"감독님! 지금 나가시면 영영 돌아오시지 못할 수도 있어요!"
성훈이 울부짖었다. 나는 재빨리 광장으로 걸어나갔다.
눈을 뜨지 못하겠다. 너무 눈이 부시다. 시끄럽다. 귀가 찢어질 듯하다. 이거 설마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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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게 뭐예요?"
아들이 묻는다.
"어 이건 동상이라는 건데 우리 레전드야. 이곳에 영원히 잠들고 계셔. 우리 아들이 한번 읽어볼까?"
"스테판 무고사. 1992년부터 2037년. 선수로서 K리그 득점왕 2회. K리그 MVP 1회. 코리아컵 우승 2회. AFC 챔피선스리그 우승 1회. 코치로서 K리그 우승 2회. 감독으로서 K리그 우승 2회. K리그 감독상 3회. 코리아컵 우승 1회. 우리의 영원한 레전드, 스테판 무고사. 그의 약속대로 2037년 12월 25일 이곳에 영원히 잠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