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물병으로 인해 우리는 분노할 수 있는 권리도 잃어버렸다.
사실 이게 제일 화나는 포인트다.
심판의 미흡한 경기 운영, 서울의 거친 플레이, 최준과 백종범의 비신사적인 행위 등
물병만 아니었다면 경기를 본 모든 인천 팬들이 '정당하게' 분노하고 대책 마련을 강구할 수 있었던 이슈가, 납득할 수 없는 특수폭행 행위의 변명거리 따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는 축구를 볼 때 모든 경기를 이겨야 한다거나, 온라인 게임처럼 완전무결한 심판의 판정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안에서 울고 웃고 분노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로서 우리는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고 있다.
그러나 물병을 던지지 않은 사람들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분노할 권리를, 이 팀에 대한 자부심을, 함께 축구보러가자고 할 명분을, 그리고 이 경기 자체를 잃어버렸다.
백종범의 세레모니에 우리는 분노할 수 있었다.
그건 명백한 잘못이다.
그러나 폭력의 원인으로 그 행위를 언급하게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그저 선수에게 부모욕하고 물병던진 부끄러운 구단의 팬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게 제일 열받는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못하는 일개 미개인들 때문에
내 자부심과 내 권리를 빼앗긴 기분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