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물병 투척 당시를 회상해본다
술도 좀 들어갔겠다 다시 한 반 곱씹어보는데, 진짜 인생에서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백씨 도발이나 물 뿌린 건 경기 끝나고 쓰러져서 좌절하느라 못 봤고, 물병은 똑똑히 봤다. 한두 개 날아갈 때는 그냥 미친놈들 또 지랄하네 싶었는데, 그걸 기점으로 우다다다 날아갈 땐 그냥 딱 하나밖에 생각이 안 들더라
ㅈ됐다...
같이 온 친구가 술이나 먹으러 가자는데 일단 선수단 인사까지는 보겠다고 하고 기다리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심판 장난질부터 제르소 다이렉트 퇴장에 화도 나고, 원정석이 들썩거리는데 분하기도 하고, 연맹 징계가 두렵기도 하거니와 물병 던진 수십 명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고, 앞으로 두고두고 까일 거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내가 이딴 거 보려고 수십만원 태워서 수천 킬로미터 날아왔다 자괴감도 들었고.
선수들 다가오는데 다들 쫄딱 젖은 생쥐가 되어서는 표정 하나하나 다 살펴봤는데 너무 침통해보였어서 그때부터 질질 짰다. 진짜 난입해서 한 명 한 명 다 안아주고 싶었는데 할 수 있는 게 박수치는 것밖에 없었고.
내가 무슨 석유왕자냐 신사동 건물주냐 축구 90분 보겠다고 두 달 점심값을 공중에 뿌려가면서 아둥바둥 어거지로 오는 건데... 다른 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진짜 직관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소중한데 그걸 스스로 진짜 팬이라고 자뻑하는 훌리건들이 다 망쳐놔서 너무 속상했음.
그래도 인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저 물병단들이 코어 차지하고 텃새부리니 인네 없었으면 물병단이 진짜 여론인 줄 알았을 거야. 실제로 고 김남춘 사건 때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