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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인네문학] 남준재 이적 소식에 개빡쳐서 구단 사무실 찾아간 이야기

title: 인디카일라만세만세임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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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없고 멋모르던 과거의 치기어린 행동(그래봤자 3년 전이지만...ㅋㅋㅋ)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에 한 번 털어놓으려 합니다. 함부로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기 뭐한 이야기인데 어차피 다른 커뮤니티에도 올렸던 일이니까 여기서 또 푼다고 잘못될 건 없겠죠.


 2019년 여름, 다들 아시다시피 당시 인천은 정말 개같이 못했습니다. 저 역시 다른 해탈한 팬들과 같이 언젠가는 이기겠지 하며 하루하루 지켜보고 있었죠. 2015년 입문한 이후 2016, 2017, 2018시즌까지 팀을 응원해오면서 구단의 부진한 상황을 견디고 기다리던 시간이 하루이틀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던 7월 3일, 집에서 휴대폰이나 보면서 오늘은 K리그에서 어떤 소식이 올라와있을까 궁금해 커뮤니티를 눈팅하던 중 남준재와 김호남의 트레이드에 대한 단독 보도가 올라와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말그대로 꼭지가 돌아버리더군요. 당시 인천 주장이었던 남준재는 팀에서 김도혁 정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한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리빙 레전드였잖아요. 이런 선수를 시즌 중에 내보낸다니 이 팀이 이렇게 노근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기사 보고나서 같이 인천 응원하는 지인들이나 아는 구단 관련 분이랑 카톡도 좀 했었는데, 이건 너무 제 신상이 드러나는 얘기니까 거기까진 풀지 않으려합니다. 구단 공식 카톡에도 이 보도가 오보가 아니라 진짜인지 같은 문의(사실 항의에 더 가깝죠)를 하려했는데 그때 카톡이 막혀있었나 답장이 없었나 해서 제대로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바로 인천 경기장의 구단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뭐 막 뒤집어 엎어놓고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냥 선수의 의사가 반영된 이적이었는지 같은 것만 직접 질의응답하며 알고 싶었어요. 그렇게 도착한 구단 사무국, 잠겨있더군요. 정말로 잠겨있는지 더 확실하게 알아보려고 문을 흔들어봤습니다. 좀 세게 흔들었는지 경비로 생각되는 분의 음성이 들려왔고 무슨 일로 찾아오셨냐고 묻더군요. 저는 관계자가 아닌 그냥 일반 팬이고, 관계자분들께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경비분께선 직원들 다 퇴근했다고 얘기해주셨고 저는 그냥 돌아왔습니다. 솔직히 너무 화가 났었어요. 내가 돈만 많았어도 유리창에 돌이라도 던졌을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죠. (솔직히 그 당시엔 다른 인천팬분들도 모두 그런 생각이지 않았겠습니까? 하하하...)
 

 다음 날인 7월 4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도 안들른 채 교복 입고 책가방 맨 그 상태 그대로 곧장 구단 사무실로 직행했습니다. 기말고사 첫 날이었던지라 학교가 일찍 끝났고, 덕분에 사무실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찾아갈 수 있게 되었죠. 그래도 여유 부릴 생각은 없었기에 바로 구단 사무실로 갔습니다. 사무국 앞에 도착하자 이게 웬걸, 또 문이 잠겨있는 겁니다. 그땐 정말 더 화가 나서 열어라 이 새끼들아 하는 심정으로 문을 덜컹덜컹 흔들었습니다. 그러면 안되는 건데 그땐 정말 제가 눈에 뵈는 게 없었습니다. 지금도 부끄럽게 생각하며 반성하고 있어요. 여튼 그렇게까지 했더니 또 경비분과 인터폰 연결이 됐고, 찾아온 정황을 설명했더니 문을 열어주시더군요. 덕분에 저는 구단 내부 사무실까지 들어가서 직원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이다보니 정확한 내부 시설이나 부서명은 기억이 안나네요;; 당시에 제가 들어간 사무실에선 직원 2~3분 정도만 근무중이었습니다. 식사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저는 “남준재 선수 트레이드 관련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라고 얘기를 드렸고 한 직원분께서 저를 스카이라운지로 안내해주시며 잠시 기다려달라 했습니다. 이후 저는 처음으로 들어와 본 스카이라운지의 전경을 좀 둘러본 다음 어떤 점들을 물어볼 것인지 수첩에 정리해가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저를 안내해주셨던 직원분이 이천수 前 실장님과 함께 제가 있던 스카이라운지로 들어와 제가 앉은 곳의 앞 자리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구단의 3인자를 만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솔직히 좀 당황했지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으로 저는 ‘남준재 선수의 트레이드에 관해 프런트분들게 묻고 싶은 점들이 있어서 왔습니다’, ‘선수의 의사가 반영된 이적인지 궁금합니다’ 뭐 이런 얘기를 꺼냈습니다. 사실 대화 내용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요. 그때 썼던 수첩도 지금 어디갔는지 모르겠고ㅋㅋ 대충 그런 내용들을 꺼냈다는 것만 기억납니다. 이천수 前 실장님은 제 얘기를 듣고 있다가 오후에 간담회 열테니(이게 제가 찾아온 걸 보고 팬들이 화가났구나 한 번 해명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열게 된건지 아니면 원래 할 생각이었는데 제가 찾아간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원래 열 예정이었으면 공지가 좀 더 일찍 나오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아직 오피셜이 안나왔는데 간담회 공지를 올리는 것도 웃긴 일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때 다 얘기하자고 하더군요. 제가 한 번 정도 더 반복해서 물어봤는데, 그때도 그런 얘기 다 간담회에서 얘기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불만족스러웠지만 어쩌겠나요. 결국 알겠습니다 하고 작별인사한 뒤 귀가했습니다. 구단 직원분께서 제가 교복 입고 있는 걸 보고 학생인지 물어봐서 그렇다고 대답했고, 직원분께서 저한테 일 잘 풀리고 공부도 잘 되셨으면 좋겠다고 그랬나 아니면 심려 끼친 게 공부에 방해 안됐으면 좋겠다고 그랬나 어쨌든 긍정적인 격려로 마무리 인사 해주셨을 때 이천수 前 실장님이 옆에서 “공부 더 잘될 것 같은데 뭐” 그러시던 게 기억 나네요. 그 말 들을 당시엔 아무것도 해소된 궁금증이 없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후에 간담회에서 의문점 다 해소될테니 걱정 같은 거 다 사라질 거라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그 뒤는 뭐... 다른 인천팬분들과 다를 거 없습니다. 당일 오후에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가 완료되었다는 오피셜이 떴고, 간담회에 대한 공지도 떴으며 저녁엔 이천수 실장님, 故 유상철 감독님, 임중용 수석코치님이 참석한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저 역시 팬으로서 그 자리에 참석했죠. 간담회에서 남준재는 트레이드 진행에 대해 이미 알고있었다, 에이전트가 수락했다, 남준재를 직접 만나서 얘기한 건 아니지만 에이전트와 선수는 한 몸이다, 바이백 같은 거 없는 그냥 이적이다, 허용준 내보낼 거다, 이전의 최종환 이윤표 등등 다 연봉 요구액이 너무 높아서 내보내게 되었던 거다, 후임 주장은 정산이 맡을 예정이다, (설)기현이 형이 ‘도망갔을 때’ 저도 구단에 있었는데 차기 감독이나 프런트로 임명할 생각 전혀 없다 뭐 이런 얘기들이 나왔던 거로 기억합니다. 처음엔 그래 뭐 선수의 의사가 반영된 이적이라니 어쩔 수가 없었구나 이 팀이 그런 노근본 구단은 아니었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든 생각은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프런트에 대한 미안함이었죠. 나한테 보이는 게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데 내가 너무 성급하고 감정적으로 행동했구나 싶더라구요. 지금 같았으면 알바비라도 좀 모아서 사무국에다 커피 한 잔씩이라도 좀 돌리는건데 고딩땐 그런 것도 전혀 몰랐던지라 아무것도 못했네요... 하여튼 그 이후로는 우리 팀 프런트나 코칭 스탭들한테 더 믿음을 가지고 비난이나 욕은 줄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정 맘에 안드는 게 있어도 그냥 아쉽다 정도의 수위로만 말하려고 노력했죠. 꼭 구단 프런트에 대한 경우 말고도 그냥 일상 생활에서도 누군가에 대해 성급하거나 감정적인 판단으로 대하면 안되겠다, 감정이 실린 비난은 하지 말고 합리적인 비판만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한때 직관만 가면 옆 좌석에서 눈살 찌뿌릴 정도로 욕설을 일삼던 저였지만 지금은 거의 욕 안하고 성질도 안 부립니다ㅋㅋ 결국 매사에 최대한 침착하게 반응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글 쓰다보니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사실 제 입장에선 좀 부끄러운 일인지라 어디다 털어놓기 좀 거시기했는데 어쨌든 그런 일도 다 내가 살면서 저질러 온 행동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한다는 생각에서 이번 인네문학 이벤트를 계기로 털어놓아봅니다. 장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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