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인천 유나이티드, 그리고 박창환
지난 2년간 박창환의 팀 내 입지가 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 달라진 인천을 상징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2011년 이후 오랫동안 인천은 비유스 고졸신인을 뽑지 않았다. 유스 출신 중에는 고교 졸업 후 프로로 직행한 사례가 있었지만, 외부 선수는 그렇지 않았다. 좋게 보자면 유스 자원을 믿고 활용하려는 시도지만, 나쁘게 보자면 외부의 대어급 신인들에게 인천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일면도 있었다.
박창환은 10년만에 탄생한 비유스 고졸신인이었다. 물론 2023년 신인들처럼 스카우트를 받고 온 건 아니고 테스트를 통과한 케이스였지만, 인천에게는 상당한 도박수였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참 어린,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를 데려오는 경우는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창환은 청소년 대표팀에 꾸준히 뽑히던 엘리트가 아니었고, 고교 무대에서 잘 알려진 선수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 해 인천은 이전과 달리 신인을 거의 뽑지 않았다. 그마저도 이강현, 유동규는 이미 성인 무대를 경험한데다 U22 룰에도 해당되지 않는 케이스였으니 실질적으로는 김민석, 박창환 두 명만을 뽑은 셈이다. 시즌 시작 전만 해도 확실한 U22 카드가 있을까?라는 걱정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신인의 숫자도 엄청 적었으니 어쩌면 인천은 데려올 때부터 박창환에게 확신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이 2021시즌 박창환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신인다운 패기와 열정을 경기장 안에서 보여줬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물론 박창환이 순수 실력만으로 주전이 된 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2022년의 민경현처럼 조기 교체 대신 많은 시간을 받았겠지만, 당시의 박창환은 일찍 교체되는 U22 자원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라도 기회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U22 선수 중 눈에 띄는 재능을 보여줬기 때문이었으니 굳이 평가절하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2022시즌에는 홍시후, 민경현, 김성민이 등장하고 김민석도 크게 성장하면서 박창환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가끔 출전하기는 했지만, 이전 시즌에 비하면 얼굴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포지션 정체성도 애매해지고, 힘든 경쟁 속에서 존재감도 내려갔다. 이런 상황이 겹쳤기에 결국 이적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박창환 영입을 기점으로 신인들이 바로 전력에 포함되는 그림이 만들어졌고, 신인 영입 기조에 확실한 변화가 드러난 점은 사실이다. 박창환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에 인천에서도 확신을 갖고 신인 스카우팅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물이 2022년의 민경현이라고 본다면 이 역시도 상당한 성과이고.
팀의 주연은 아니었지만, 박창환은 항상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던 선수였다. 동 나이대에서 보기 힘든 장점을 지닌 선수였기에 이별이 아쉽지만, 이번 이적을 통해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