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온정주의를 버려야 한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 팬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흔한 문구지만,
날마다 피부로 느끼고 마음 깊숙히 파고들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큰 울림으로 다가올지.
그간, 지금의 조성환 감독이 있기까지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쳐왔던 많은 감독들은 어쩌면 저 냉정함 속에 어느날 실업자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나만큼이나 여기 있는 분들은 꽤 오랜 시간 인천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살아온 분들일 텐데,
인천을 거쳐왔던 감독들의 마지막이 대부분 어떠했는지 다들 기억은 하실런지. 당장 나부터가 그렇다.
전-임-조라는 부르기도 좋고 듣기에도 좋은 트라이앵글은 인천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발자취였다.
그 행보와 흔적 자체를 폄하하거나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 또한 팬으로써 그 속에서 인천을 응원하며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많은 감정들을 느껴왔으니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을 했다.
무조건적인 대표이사의 신뢰가 과연 좋기만 한 것인가.
도원의 3형제도 결국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각자 생을 마감했는데 축구라는 비즈니스 안에 묶인 세 사람의 도원결의가 마냥 로맨스여야만 하는지.
어쩌면 다들 그래왔는지도 모른다.
그래, 나도 회사에서 뭐 하나 실수했다고 1시간 내내 쪼인트까이면 x같은데, 그런다고 인사부에서 퇴사 여부까지 의논하자고는 안 하니까.
한 경기 이길 거 비기고, 질 거 졌다고 내보내라 어째라 하면 당연히 사람으로써 기분 나쁘겠지.
나름대로 오랜 시간 인천 팬을 하며, 어느 정도의 중립성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경기가 작년 요코하마 원정이었다.
분명 그 날의 인천은 2012년 7월의 비오는 날 서울을 상대한 인천보다도, 2013년 3월에 원정에서 역시 그 팀을 상대했던 인천보다도 훨씬 좋았다.
그러나 동시에 지울 수 없는 의문 하나.
요코하마는 왜 이렇게밖에 못했을까. 정말 방심한게 맞고,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많은 분들의 지적대로 2023~24년에 걸쳐 조성환 감독 지도하의 인천은 언제나 제자리걸음이었다.
상대가 어떠했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리거나, 혹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뿐.
누구나 똑같이 느끼고 있었을 테다. 다만 여느 때와 같은 끝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뿐.
그럼에도 나는 생각한다.
온정주의를 버려야 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선수단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인천의 경기는 변하지 않았다.
암 진단이 내려진 환자에게 당장 수술을 권유하지 않고,
환자가 무서워한다는 이유에 더해 '암세포도 생명이니까'라는 헛소리까지 곁들여 환자를 방치하는 것.
온정주의란 그런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