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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인네문학] 무엇에 끌려 이곳에 왔나?

title: 조유리(조희지)민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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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문 전

실용음악과를 다녔다. 막상 입학을 해보니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서 1년만 다니고 휴학을 했다. 

그 사이에 밴드를 결성하고 활동을 하는데

운이 좋은건지 어쩌다 보니 활동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2010년 월드컵 주제가로 데뷔를 하고 다음해에 

한국야구 주제가를 부르게 되었다.

모두가 내가 부른 노래를 알고 있지만 

누가 불렀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내 친구들한테 나는 자랑거리였겠지만

나는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하는 것 같다.  녹음할 때도 

생소한 단어들이라 너무 어려웠었다.

인디밴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처음 만들었던 밴드가 충분한 경험을 쌓을 기회도 없이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며

스포츠를 전혀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응원가 전문 밴드가 되어버렸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돈을 많이 버는 줄 알았지만

그냥 백수 그 이상도 아니었다. 

언제올지 모르는 공연을 위해

나는 취직도 하면 안 됐고 매일 새벽을 넘어 

아침에 잠들고 밤에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너무나도 우울했던  나는 취미를 갖고 싶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인 밴드 멤버에게 

피파 온라인2를 배워서 밤새 같이 하고는 했다.

크레이그 벨라미라는 선수가 뭔가 나한테 

잘 맞는 듯 하여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당시 소속이던 맨체스터 시티에도 관심이 갔다.

당시 한국사람들은 왠지 맨유를 응원하는 게 

기본인 것 같았다. 

나도 물론 박지성을 존경하지만 

박지성이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한국사람이면 제발 맨유를 응원하라는 말이 너무 싫었다. 

어쩌면 1등 느낌의 팀이라서 더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맨유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맨시티가 

분노의 영입을 하던 시기였고

사람들은 근본이 없는 팀이라고 했지만

귀여운 마이카 리차즈나 스티븐 아일랜드 같은

유스 선수도 있었고 벨라미나 테베즈 같은 

매력 넘치는 선수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었고 프리미어리그를 

챙겨보게 되었다.

 

2. 영화 '비상'

맨체스터 사람들이 부러웠다. 

사실 맨체스터 시티는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팀이다.

해외축구를 보는 친구들은 종종 자기가 축구를 잘 아는냥 

으스대고는 했는데 속으로는 조금 웃겼다.

모든 스포츠팀은 연고지가 있다. 

물론 연고지 사람이 아니어도 좋아할 수 있지만 

나한테는 명분이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에 같이 피온2를 하던 밴드 멤버의 추천으로 

영화 '비상'을 보게 되었다.

딱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팀이었다. 

일단 1등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제라드나 콤파니가 부럽지 않은, 팀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캡틴 임중용이 있고

또 하필 내가 줄곧 자란 인천이 연고지인 팀이었다.

축구를 너무 뒤늦게, 그것도 게임으로 배워서 

케이리그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내 인생이 너무 안타까웠다.

때마침 나와 나이가 같은 신인 유병수가 

혜성과 같이 등장해서 엄청나게 골을 넣고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공포가 많았던 나였지만 

자연스럽게 혼자 문학경기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3. 첫 인상

문학경기장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육상레일 때문에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여서 너무 지루했고

영화처럼 관객도 많지 않았다. 그리고 축구를 너무 못 해서 

이기는 걸 본 기억이 없었다. 

그리고 어울리지도 않게 치어리더들이 춤추고 있었다. 

지금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거고 당시에는 마냥 좋았다.

그냥 내가 응원하는 팀이 생겨서 너무 좋아서 

지든 말든 그냥 좋았고 

옆에서 욕하는 관객들이 싫었을 정도였다.

좋아할 거면 확실히 해야하기 때문에 선발부터 후보까지 

모든 선수의 이름을 외워갔다.

하루는 동생을 데리고 같이 가는 길에 

문학경기장역 지하 통로에 우리 선수들 사진을 보며 

"이 선수가 원래 후보 골키퍼였는데 작년 막판에 활약해서 

이번 시즌부터는 선발로 나올거야." 라고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좋아하면 다 망한다'의 시작이었을까? 

그리고 보고싶던 유병수는 싸인과 같이 찍은 사진말고는 

기억에 없다.

 

4. 숭의아레나

새로운 경기장은 너무 멋있었다. 

그전에 본 축구는 축구도 아니었다. 

나는 축구가 이렇게 거친 운동인지 몰랐다.

선수들이 몸을 부딪히면 빡!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문학과 비교하면 그건 마치 

FM이 바둑알에서 사람 그래픽으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항상 제일 싼 사이드쪽에 앉았었는데 

그 시절의 한교원이 참 좋았다.

뭔가 투박해서 뺏길 것 같은데 막 악을 쓰면서 

돌파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었다. 

내가 원하던 승부욕의 화신같은 선수였다.

그리고 숭의아레나 하면 또 인상 깊었던 건 김남일이었다. 

뭔가 터프한,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수비특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김남일은 사비 알론소와 같았다. 

공을 탈취하고 로빙패스를 정말 멋있게 잘 했었다. 

그리고 너무 잘생겨서 멀리서도 눈코입이 또렷하게 보였고, 

반대로 이천수는 마치 그래픽카드가 딸려서 

게임 사양 최하로 낮춘 것 처럼 눈코입이 뭉개져 보였다.

 

5. 원정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던 원정경기는 상암이었다. 

그 당시 소속사 사장이 망원에 살았고 자칭 인천팬이라 

함께 경기를 보러 갔었다.

인천이 팬이 없다는 건 나의 착각이었다. 

그동안 나는 골대 뒤의 진짜 팬들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다.

원정석에 앉아보니 사람들이 가득 차 열기가 엄청났고 

마침 비도 엄청 내렸다. 서울팬들도 물론 가득해서 

영상으로만 보던 엘 클라시코가 부럽지 않았다.

마침 그날 빨간 신발의 장원석 선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경기는 더욱 불타올랐었다.

 

6. 무고사

좋아하는 가수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면 

다 망하는 느낌이 늘 있었다. 

X-japan이라던지 AOA라던지...

인천을 좋아할 때도 그건 계속 되었다. 

유병수라던지 박준태라던지 이석현이라던지...

그래도 나는 10년전처럼 다시 축구가 보고 싶었다.

인천을 좋아하는 우리는 아마도 로맨티스트겠지. 

물론 프로축구고 프로선수는 돈인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사이에 유난히 로맨틱한 선수들을 

우리는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릴때와는 다르게 지금의 나는 

떳떳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번다. 

그리고 취미에 돈을 쓰는 게 아깝지가 않다.

나는 처음으로 유니폼을 사기로 했고 

그 처음은 우리에게 너무나 로맨틱한 선수인 무고사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내가 다시 축구를 

보기 시작한 이번 시즌 시작부터 무고사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예전의 유병수처럼 지금의 나는 

무고사를 보기 위해 왔는데 무고사를 볼 수 없었다.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아버지를 보러 갔다가 

코로나에 걸리고 그 와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무고사...

왠지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무고사가 나의 이 재수없는 것을 

깨주길 바랐다.

무고사를 기다리는 동안의 느낌은 마치 

드래곤볼Z 초반에 죽어서 계왕에게 수련받고 있는 

손오공을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돌아온 무고사는 초반에 별 활약을 못 하였지만 

이내 곧 골을 넣기 시작하였다.

광주전 빗속의 스트롱맨 세레머니를 시작으로 

북패와 수원을 상대로 폭격하며

내가 하이라이트로 보던 그 무고사로 돌아왔다.

무고사는 나를 '인천을 좋아해도 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선수가 되었다.

물론 왠지 나 때문에 9골 밖에 못 넣은 것 같아서 

여전히 찝찝하긴 하지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나의 징크스를 계속해서 

깨줬으면 좋겠다. 무고사가 있기에 인천은 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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