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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인네문학] '그깟 축구'에 빠진 인유 팬이 되기까지

title: 190901 vs울산 무고사 첫 해트트릭우울하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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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지 써야지만 하다가 결국 마지막 날 쓰게 되네요.

참가에 의의를 두며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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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하던 20대 초반 즈음, 저는 정기적으로 출퇴근 하는 직장보다 가끔씩 할 수 있는 알바를 선호했습니다. 그 편이 작업에 집중하기 더 좋았으니까요. 

 

그런 제게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 진행 요원 아르바이트는 그야말로 꿀 알바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많으면 두번 정도 가서 준비부터 정리까지 8시간 정도 근무하면 하루에 8만원 씩 주니, 제 입장에서는 최고였죠.

 

업무 강도도 아주 좋았습니다. 큰 키 덕분인지 제 근무 위치는 거의 선수단 라커룸 앞 혹은 VIP 라운지 입구였는데, 양복입고 구두 신고 정위치에 똑바로 서 있기만 하면 되었으니까요. 간혹 구의원입네 시의원입네 하는 노친네들이 술 취해서 진상 피우는 일이 있긴 했지만 그런 일이 없던 거의 대부분의 날에는 지루함만이 유일한 고충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사람 구경을 하며 때우곤 했는데, 당시 저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물론이고 K리그에도 별 관심이 없던터라 여러 광경들이 제겐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순위도 높지 않고, 경기 하면 대부분 지거나 비기는 인천을 응원하기 위해 꼬박 꼬박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나, 누군지 한 명도 알 수 없는 인천 선수들이 높은 네임벨류의 선수들이 즐비한 상대팀을 한번 이겨보자고 라커룸에서 의기투합하는 모습이나, 경기 진행을 위해 내부 통로를 시종 일관 뛰어다니던 구단 관계자가 인천이 골을 넣었다는 소리가 들리면 잠시 멈춰 히딩크 감독마냥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며 좋아하던 모습까지 다 신기했습니다. '대체 저게 뭐라고 저러지?'

 

그 신기함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번질 때도 있었습니다. 진행 요원 알바의 마지막 순서는 선수단 버스가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통제하는 것이었는데 모든 근로자가 그렇듯, 저 역시 얼른 마치고 칼퇴하길 꿈꿨지만 선수들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팬들과 그들의 사인 혹은 사진촬영 요구에 순순히 응해주는 선수들 때문에(?) 퇴근이 늦어질 때면 짜증이 나기도 했죠.

 

그 짜증이 정점에 달했던 건 마지막 진행 요원 알바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라커룸 근무를 배정받아 라커룸 앞에 서있었는데 경기 중간 중간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욕설이 라커룸까지 닿는 걸 들으며 몬가..몬가 일어나겠구나 싶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경기가 끝나자마자 심판 판정에 항의하기 위해 인천 팬들이 우르르 중앙 통로로 몰려왔습니다. 그래도 처음엔 다행히(?) 얌전히 욕설만 퍼붓는 정도였습니다만, 심판 대기실 문이 살짝 열리자 팬들은 돌파를 시도했고, 팀장님의 "막아!!! 문 잠궈!!!"라는 외침에 따라 저도 팬들과 맞설 수 밖에 없었죠.

 

수분간의 실랑이 끝에 팬들을 모두 밀어내고 문을 잠구는데 성공했을 때는 머리카락과 넥타이가 뜯기고, 목과 손에 상처를 얻은 후 더군요. 짜증이 났습니다. '그깟 축구'가 뭐라고 저렇게 까지 하는거며 판정은 심판이 잘못 봤는데 왜 내가 이 꼴이 되야 하나 싶어서요. 결국 다시는 이 알바 안한다고 투덜 투덜 거리며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로는 정말 숭의 구장 근처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제가 다시 숭의를 찾은 건 2018년 전남과의 마지막 경기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때도 인천 유나이티드는 물론이고 K리그에 관심 없던 건 마찬가지 였지만 그 날 이기면 또다시 잔류에 성공한다고 온 홍보 문자에 마음이 동하더군요. 아마 진행 요원 알바를 그만 둔 이후의 인생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몇년 전 알바 할 때도 그렇게 못 이기던 팀이 아직도 강등되지 않고 있다는 것만 해도 위안으로 다가왔는데, 또 강등 싸움을 이겨내고 잔류하는 모습을 직접 본다면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 거 같았거든요.

 

짐작처럼 그 날 골이 들어갈 때 마다 '그래 나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보자'는 마음이 차오르더군요. 특히 그 날 문선민 선수가 골을 넣고 S석으로 달려가 팬들과 함께 관제탑 댄스를 추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광경을 보자 진행 요원 알바를 할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던 인천 선수와 스태프, 팬들의 행동들을 그 순간 희미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 광경을 보며 솟아오른, '나도 저 속에 섞여서 함께 하고 싶다'는 열망을 쫓아 인천 팬으로 세 시즌을 함께하고 나니 이제는 좀 더 명확히 그 이유를 묘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천 팬과 선수, 스태프 모두가 인천 유나이티드는 나의 구단이며 나 역시 이 구단의 일원이라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에 또, 그런 이 구단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에 그 때 그렇게 간절했던 거라고요. 

 

아마 그런 역사가 쌓여왔기 때문에 '그깟 축구가 뭐라고' 했던 저 역시 동화되어 인유의 비상이 간절한 인유팬 중 한명이 된 거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런 낭만이 있는, 이 구단을 사랑합니다. 인천유나이티드가 앞으로도 이런 구단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평생 함께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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