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프리뷰/리뷰 [리뷰] 인천 유나이티드 1라운드(vs 포항) 리뷰: 무고사의 부재, 떨어진 에너지 레벨

심PD
211 30 5
URL 복사

https://blog.naver.com/sjk101/222261847797

 

 

오프닝

오랜 시간 기다렸다. 무려 4개월간의 긴 기다림 끝에 K리그가 다시 개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에도 개막이 밀리지는 않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2021시즌의 K리그는 무사히 예정된 날짜에 개막할 수 있게 되었다. 2020시즌과는 다르게 관중들도 K리그 개막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었다. 제한된 인원 입장, 감염 위험이 있는 응원은 금지되는 등 제약은 있었으나 경기장 안에 관중이 앉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분위기는 끓어올랐다.

인천은 긍정적인 프리 시즌을 마치고 포항으로 원정을 떠났다. 지난 시즌 기적을 보여준 조성환 감독과의 동행, 베테랑 선수들의 영입, 프리 시즌 거뒀던 좋은 성적 등으로 인해 팬들의 기대도 한껏 올라와있었다. 허나 긍정적인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팀의 주포이자 핵심인 무고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인천 전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고사의 부재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인천의 시즌 초반을 책임질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포항은 지난 시즌 활약했던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최영준 등이 모두 빠진 채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심지어 팀의 레전드 김광석 또한 인천으로 보냈다(공교롭게도 개막전 상대가 인천이라는 사실도 팬들에겐 얄궂게 다가왔을 것이다). 강상우와 송민규를 지켰고 신광훈과 신진호를 리턴시키는 등 포항도 전력 보전에 힘썼다. 그리고 가쟝 중요한 포인트, 김기동 감독과 재계약을 맺었다. 김기동 감독과 함께 다시 한 번 우승 경쟁에 뛰어들 포항은 인천을, 그리고 이제는 적이 된 김광석을 스틸야드로 불러들였다.

 

(2월 28일자 스틸야드)

 

2021시즌 K리그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교체카드. 총 5장을 사용할 수 있지만 U22 선수를 2명 이상 기용해야 하기 때문에 교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인천도 마찬가지였다. 조성환 감독의 선택에 많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image.png

 

인천은 U22 카드 두 장을 모두 선발 기용하는 선택을 한다. 김채운과 박창환이 좌우 날개로 출전했지만, 두 선수 모두 본인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기 때문에 전반전 이른 교체가 예상되었다. 박창환은 신인 선발로 인천에 합류하게 되어 개막전을 선발로 치르게 되었다. 박창환 외에 유동규, 오재석, 김광석이 인천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되었다. 김광석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원정 유니폼을 입고 스틸야드를 찾게 되었다.

압박과 에너지 레벨의 전반전

인천은 최전방 쓰리톱에 기동력 있는 선수들을 내세워 포항을 압박했다. 김채운과 박창환은 기술적인 모습보단 활동량으로 포항의 빌드업을 저지하려는 모습이었다. 유동규는 최전방에서 골키퍼까지 압박하는 모습과 동시에 미드필더까지 내려와서 함께 중원 싸움에도 가담해주었다. 김도혁과 문지환은 평소와 같이 활동량 있는 모습으로 중원에서 에너지 레벨을 높게 가져갔고, 오반석과 정동윤이 수시로 전진해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김광석은 최후방에서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해주고 세컨볼 경합에 힘쓰라며 파이팅을 불어넣어주었다.

인천의 포인트는 수적 우위였다. 수비부터 공격까지의 간격을 좁히면서 어느 상황에서든 포항을 상대로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김광석은 인천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 모든 선수들의 라인과 움직임을 지정해주었고, 이는 김채운과 박창환이라는 어린 선수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듯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고 공격 상황에서 여유가 생긴 인천이었다.

인천은 이런 에너지 레벨이 포항에게 통한다는 것을 확인 후, 빠르게 변화를 시도한다. 많은 이들이 이미 예상했듯이 김채운과 박창환이 20분만에 경기장을 떠났고 아길라르와 지언학이 투입되었다.

 

image.png

 

무고사가 빠진 가운데 인천이 활용할 수 있는 베스트 일레븐이 전반 20분만에 가동되었다. 아길라르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포지션 없이 경기장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빌드업에 관여했다. 지언학은 때로는 최전방에, 때로는 중원에, 때로는 우측 측면에 위치하는 등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변화는 7분 만에 적중했다. 후방 지역에서 볼을 받은 아길라르가 우측 김준엽을 향해 넓게 벌려주었고, 김준엽이 다시 김도혁에게 크로스를 연결했다. 김도혁은 어느새 박스 근처까지 전진한 아길라르에게 다시 볼을 내줬고, 아길라르가 그대로 슈팅을 가져가며 인천의 첫 골을 성공시켰다. 아길라르의 영향력이 짙게 드러나는 골이었고, 스틸야드는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득점 후 아길라르와 인천 선수들은 무고사의 유니폼을 앞에 두고 하늘을 바라보며 세레머니를 한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무고사의 아버지를 향한 추모였다. 비록 경기장에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팀 동료에게 전하는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득점 이후로도 인천은 에너지 레벨을 낮추지 않고 포항을 압박한다. 아길라르가 내려올 때는 김도혁이 좌측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하며 위치를 조정했고, 때로는 유동규가 측면으로 이동해 볼을 받아주기도 했다. 유동규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많은 활동량을 보여줬지만 포항의 수비를 상대로 특별히 위협적인 모습을 가져가지는 못했다. 아직 1부 리그 무대에 적응이 필요해보였다. 유동규가 넘기에 하창래와 권완규, 신광훈은 아직 높은 벽이었다.

중원이 밀리며 볼이 제대로 돌지 않자 포항은 측면 위주로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하지만, 그 때마다 김도혁과 문지환이 측면으로 수비 가담을 하며 포항의 공격을 막아내려 힘썼다.

좌측의 오재석은 K리그 복귀 무대에서 팔라시오스를 상대로 고군분투했다. 영리한 수비를 보여주다가도 팔라시오스의 피지컬에 고전하는 등 혹독한 복귀전이었다. 팔라시오스는 이 날 컨디션이 좋아보였는데, 인천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김도혁과 문지환이 수시로 내려가 오재석을 도와줘야 했다. 정동윤과 김준엽의 우측 라인은 송민규와 강상우를 제어하기 위해 특히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문지환, 심지어는 지언학까지 내려와 포항의 왼쪽 라인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전반 내내 높은 텐션을 유지한 인천은 전반을 리드한 채 하프타임을 맞이한다.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이태희의 선방으로 인해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무고사 없는 인천이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의 계획이었고, 그 계획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전반전이었다.

우왕좌왕 후반전, 결국 역전까지

인천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또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유동규를 빼고 김준범을 투입한 것. 유동규는 'K-바디' 라는 별명으로 1부리그에 첫 선을 보였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교체되었다. 전진해야하는 상황에서 한 번 멈추고 뒤로 볼을 빼는 모습에 인천 벤치에서 "동규야, 앞으로!" 라는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아직 1부의 템포에 조금 더 적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동윤 또한 몸에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후반 5분만에 델브리지와 교체되었다. 인천 입장에서는 후반전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시작하는 상황이었다.

 

image.png

 

김준범을 투입한 인천은 아길라르를 제로톱으로 두며 중원싸움에 힘을 더 쏟는다. 중원에 숫자를 늘리면서 여유가 생겼다 판단했는지 김준엽의 오버래핑도 전반에 비해 증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패착이 되고 말았다.

지언학과 아길라르가 번갈아 최전방에 위치하면서 볼을 받아주긴 했지만, 포항의 센터백들에게 부담을 줄 만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내려와서 볼을 받아 전방을 살펴봐도 볼을 받아줄 센터포워드가 없다보니 공격 전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준엽은 오버래핑을 자주 올라가긴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오히려 느린 판단과 잦은 실책으로 인해 역습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촉발하고 말았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인천이 흔들리는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55분, 오범석과 이승모를 빼고 전민광과 고영준을 투입했다. 우측 풀백으로 출전한 신광훈을 신진호의 짝으로 올리는 변화를 취한 것.

 

image.png

 

이 변화는 5분만에 효과를 보았다. 김준엽이 헤더로 클리어링한 볼을 김도혁이 불안정한 자세로 다시 걷어냈고, 신광훈이 볼을 잡아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이 슛은 인천의 수비를 맞고 굴절되어 동점골로 연결되었다. 얄궂게도 슈팅을 몸에 맞은 선수는 김광석이었다.

동점골을 실점한 인천은 쉽게 흐름을 가져오지 못한 채 계속해서 포항에게 끌려갔다. 포항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팔라시오스를 빼고 그랜트를 투입하며 다시 한 번 전술 변화를 가져간다. 팔라시오스가 지친 모습을 보이자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기동력을 보완한 것. 그랜트는 왼쪽 수비 위치로 투입되었고 강상우는 최전방으로 올라갔다.

 

image.png

김도혁은 동점골 이전까지 활동량을 높이 가져가며 좌측 하프스페이스를 커버했다. 58분 경 드리블 돌파 후 키패스까지 넣는 장면은 김도혁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동점골 이후 김도혁과 문지환 모두 에너지 레벨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준범은 투입 후 김도혁과 동선이 겹치며 왼쪽에서 무언가 만들어내지 못했다. 벤치에서는 김준범을 우측으로 이동시키며 김도혁과 문지환, 김준범으로 삼미들을 구성했으나 분위기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image.png

 

결국 포항의 공세에 밀린 인천은 송민규에게 역전골까지 허용한다. 중원에서의 숫자 싸움이 밀리면서 강상우와 송민규에게 붙어줄 수 있는 인원이 부족했고 수비진만으로 콤비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10분 남긴 상황에서 오반석을 빼고 송시우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숫자를 늘렸지만 전문 센터포워드가 없는 약점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경기는 1-2 종료. 잦은 실수와 체력 저하로 인한 역전패였다.

마무리

김광석의 리딩을 필두로 한 수비 라인, 미드필더 라인의 에너지 레벨과 좌우전환 등 긍정적인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나. 허나 무고사의 공백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에너지 레벨을 90분 내내 유지하지 못하거나 실수를 범하는 것은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전문 공격수의 부재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네게바와 김현이 빠르게 몸을 끌어올려 경기장에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인천은 개막전 무승 징크스를 이번 시즌에도 이어가게 되었다. 조성환 감독의 개막전 무패 징크스는 여기서 마감하게 되었다. 대구-울산-서울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시즌은 이제 시작되었고 아직 남은 경기는 많지만, 초반부터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승점 3점이 필요하다.

FC철학: http://www.podbbang.com/ch/1772853

 

히든인천: http://hipod.co.kr/channel/34

공유스크랩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공유

퍼머링크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자유 [모집공고] 인천네이션 신규 토사장 공개채용 공고 27 title: 2023 K League Best11 GERSO FERNANDES제르소 4일 전11:52 813 +54
공지 공지 5월의 공지 | 중고장터, 사이트 분위기, 친목, 개인적인 당부 9 title: 파검메이트포르테 24.05.02.20:29 982 +85
공지 공지 인네로드 작성가이드 9 title: 침착맨준아맘 24.02.04.12:57 1966 +58
공지 공지 [인천네이션 통합 공지] (필독 요망 / 2023.12.15 수정) 6 title: 파검메이트포르테 23.02.02.00:13 19430 +48
인기 자유 제르소 음포쿠 만난 후기 (송도달빛축제공원) 13 N title: 벽동민이보 4시간 전23:06 546 +90
인기 자유 무고사 유니폼 37 N 유니폼조아 4시간 전23:38 479 +51
인기 자유 축구장 갈때 가장 설레이는 순간 9 N 무고사#9 5시간 전21:53 354 +48
258 통계
image
title: 파검메이트포르테 1일 전12:07 135 +8
257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일 전15:56 1703 +94
256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6일 전14:05 247 +29
255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4.04.25.14:36 185 +13
254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24.16:20 137 +9
253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22.14:26 2096 +135
252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title: 2022 TRINITY (H)관망호랑이 24.04.20.19:00 308 +22
251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FOCUSONUNITED 24.04.18.16:22 383 +23
250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18.15:49 177 +16
249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스날이 24.04.18.14:54 255 +20
248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4.04.12.13:48 240 +18
247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11.11:53 132 +11
246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09.13:01 113 +13
245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08.15:22 169 +13
244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4.04.08.00:55 623 +60
243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05.16:31 416 +18
242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4.04.04.23:40 236 +18
241 인유역사관
normal
무니 24.04.03.14:13 1321 +95
240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02.11:28 186 +11
239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4.04.01.16:58 21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