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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서포터,울트라스,팬 정체성과 개념에 대해서..

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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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니 입니다. 이번 내용은 예전에 사커월드란 사이트가 있었을때 한참을 토론하였던 서포터와 울트라스와 팬 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가 쓴글은 아니고 시간이 너무 흘러 닉네임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좋은 글이라 가지고 있었습니다.  꽤나 긴 내용이고 당시 k리그에 크나큰 사건들도 많았었고. 이를 토대로 작성된 내용인 점 미리 참고하시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ㅁ 서포터의 정체성 문제

*이 게시물은 사커월드(http://www.soccer4u.co.kr)의 '축구게시판'란에서 있었던 서포터클럽 토론에 부쳐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이전부터 쓰려 했던 것이라 KFA에도 그대로 올려놓습니다.

이전에 불전동차 사건 때부터 한번은 써 보고 싶었던 것이 서포터클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전에 몇번 난입 사건이 있을 때부터 최소 두달에 한번 정도는 서포터클럽 논란으로 인터넷이 뜨거웠습니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서포터클럽이라는 존재는 국가대표를 빼고 나면 솔직히 고깝잖은 존재로 찍히는 건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침 밑에도 여러 분들이 상당히 공을 들여 자신의 생각을 펼
치신 것도 있고 해서, 제대로 쓰지 않으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시류에 맞춰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제가 명확하게 읽히지는 않을 것임을 먼저 양해드리겠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서포터클럽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내려져야 할 것 같군요. 제 생각에는, 지금까지 일어난 서포터에 대한 논쟁 상당수는 정의가 불확실함으로서 벌어졌습니다. 사실 '서포터'라는 건 외국말이죠. 예컨대 영국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서포터라는 개념을 인식하겠지만 우리에게는 머릿속에서 번역을 한번 거쳐 인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서 정리를 해야 하는 용어는 팬, 서포터, 서포터클럽, 울트라스입니다.

정의를 내리려면 서포터라는 게 어떻게 생겨나는지부터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의 프로축구의 역사는 대략 110년 정도로 볼 수 있고, 현대축구, 그리고 그 클럽이 형성되는 것을 130년 정도로 판단합니다. 아시다시피 잉글랜드는 사람이 셋만 모여도 클럽을 만든다고 할 정도로 애호 집단이 발달해 있고, 이에는 축구도 예외가 아닌 것이죠. 초기에 우리 나라의 조기축구회와 같은 형태로 시작한 클럽들은 점점 체계를 잡아가고, 대형화되면서 프로스포츠로 바뀝니다. 이때쯤 되면 클럽은 선수들의 것으로 머물지 않죠. 누가 가지느냐가 문제가 되는 겁니다. 또 시작이 축구 좋아하는 십여명이 모여 된 것인 잉글랜드의 프로축구클럽은, 자본가가 장사하려고 선수 사서 만든 메이저리그 야구팀과 달리 그 소유자가 수천명이 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에는 클럽의 추종자가 아닌 소유자들이 경기장을 채우게 되고, 바로 이들의 정체성이 서포터, 클럽을 떠받치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잉글랜드에는 팬은 없고 서포터만 있는 것일 수도 있지요. 이는 분산 소유 경향이 나타나는 서유럽의 어느 곳에서나 벌어지는 일입니다. (출처로서 어느 스포츠신문 기사인데, 어느 신문인지도 잊었고 검색도 안되어서 일단은 넘어가겠습니다.)

당연히 서포터라는 것과 응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꼭 옛날에 안 들으면 간첩취급받았다고 할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던, 프로야구팀 어린이회원에 들었다고 반드시 경기장 가서 응원하란 법이 없는 것과 똑같습니다.

여기서 울트라스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원래 축구장에서 경기의 흐름에 따라 달아오르는 함성 이외의 것은 2차대전 후에까지만 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간의 축구사에 의하면 최초로 조직적 응원을 시도한 것은 50년경 크로아티아의 하이둑 스플릿 팬들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현재 수원삼성 구단스태프로 계시는 이은호님의 '서포터 이야기'와, 역시 이은호님이 내용을 쓴 것으로 추정하는 수원 구단 98년 팬북에 기록된 내용을 기초로 말합니다. 이은호님의 칼럼은 하이텔 축구동호회와 붉은악마들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시 유고슬라비아는 공산권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의 나라였고, 또한 동구권의 공산정권이 국민의 불만 분출구로서 거의 유일하게 프로축구를 용인한 영향으로 축구 문화가 나름대로 발전을 한 것이죠. 나중에 그랑블루의 초창기 역사를 보면 한자 로스톡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클럽 역시 동독 리그에서 발전한 클럽입니다. (동독 클럽으로는 유일하게 분데스리가 1부에 잔류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크로아티아의 울트라스가 (조금 경우가 다르지만 울트라스라는 호칭으로 쓰겠습니다.) 유고슬라비아와 교류가 있던 이탈리아로 건너간 것이 전 유럽에 울트라스가 결성되게 된 계기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것은 절대 아니고, 마침 1960년을 전후해 전유럽에 울트라스적인 응원이 퍼진 것과 관계가 있지요. 지금 흔히 말하는 '서포팅' (이것도 잘못 쓰이는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잉글랜드 다르고 에스파냐 다르고 이탈리아 다르고 브라질 또 다르듯,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을지언정 어떤 것이 원류고 어떤 것이 아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서포터라는 것이 응원을 위한 조직이나 정체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너무 헛나갔냐고 하시기 쉬운데, 이것은 우리나라에 서포터와 울트라스가 혼합되어 이상한 방식으로 유입된 것을 말하기 위해 하는 이야기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일말의 의심도 없이 사용하는 '서포팅'이라는 용어, 원래 우리나라 말이었던 것도 아니고 굳이 이제와서 바꿀 필요야 없겠습니다만, 속내를 뜯어보면 이게 얼마나 기형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서포터클럽, 엄밀히 말해 울트라스에 좀더 가까운 정체의 역사는 94~95년 사이에 아주 어이가 없는(?) 방식으로 태동합니다. 지금이야 '그 이름도 찬란한' 시리즈의 인물들이지만 그때는 그냥 동대문에서 하이텔 단관이라는 이름으로 삼삼오오 모여 홈도 원정도 알 수 없는 축구를 봤던 분들이죠. 이 분들이 그냥 보는 건 심심하다고 어딘가 응원을 하려 하다가, 동대문 연고 3개팀 중 호응이 그나마 괜찮았던 유공, 지금 부천을 고른 게 지금 헤르메스가 된 겁니다. (사실 이계원 단장이 있을 때만 해도 비교적 선진적인 운영을 하던 구단입니다.) 이쪽의 연원은 토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상 헤르메스에 대해서는 하이텔 축구동호회의 기억나지 않는 어느 게시물을 참조한 것.) 반대로 95년말, 뭔가 그럴듯한 운영을 할 듯이 수원에 나타난 제 9구단을 하이텔 축구동에서 부천에도 질렸고 유럽축구에 관심이 있던 분들을 중심으로 좇아가 생긴 것이 '삼성 블루윙즈 팬클럽'. (창단 당시에는 지역명 표기가 결정되기 전입니다.) 나중에 사이버윙즈를 거쳐 지금의 그랑블루로 이어지는 조직입니다. (이것은 이병진님의 '수원청익실록' 참조) 안양은 상당히 독특하게도, 안양시민인 몇분이 모여서 생겨났습니다. 이 때문에 안양 서포터클럽의 색깔이 독특한 셈입니다. (이것은 이곳저곳에 나와 있습니다.) 이 정도를 붉은악마들 이전의 서포터클럽으로 볼 수 있겠죠. 포항 마린스의 경우에는 정확히 잘라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만... (R9님께서 아마 설명해 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무튼 이상 서너 개의 서포터클럽, 그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 이전에 서포터클럽을 양성하는 기반이 되었던 하이텔, 혹은 다른 VT 통신망 축구동호회에서 만들어낸 게 붉은악마들입니다. 우리 나라도 예전부터 유럽축구에 관심이 많았고, 이상의 4개 서포터클럽은, 이들 엘리트 팬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장내에서 그들의 방식은, 잉글랜드와 독일과 이탈리아가 믹스된, (시각적으로는 이탈리아쪽에 가깝지만요. 잉글랜드는 애초에 시각적 효과 같은 건 거의 없는 동네고.) 그런 것이지요. 한때 왜색 시비가 수도 없이 붙긴 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것을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기형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왜색 시비에는 붉은 악마들이나 기타 서포터클럽이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이냐면, 우선 일본의 울트라스가 유럽 뿐만 아니라 남미의 문화를 수입함으로 인해 상당히 시각화가 진전되었다는 겁니다. 적어도 사진만 놓고 보면 유럽엘 가도 일본만큼 화려한 응원은 찾기 쉽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J리그와 함께 출발한 일본의 울트라스가 '서포터'의 이름을 달았다는 것입니다. 기제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한국의 울트라스=서포터클럽이 '서포터'가 되는데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서포터는 골대 뒤의 존재로만 머무르게 되지요.

서포터, 서포터스 클럽과 울트라스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여기 게시판에서도 자주 올라오는 밀란이나 인테르 등의 응원을 예로 들겠습니다. 밀란은 인기가 좋기 때문에, 표도 아무나 구하지 못합니다. 이에 따라 밀란을 선호하는 팬들은 표를 구하기 위해 밀란 구단의 유료 멤버십 회원이 되고 가급적 시즌 티켓을 삽니다. 잉글랜드나 독일을 중심으로 주주이거나 에스파냐의 소시오가 되거나, 다 비슷한 기제죠. 이들이 구단의 서포터인 겁니다. 서포터란, 팬으로서 적극적으로 자신이 팬됨을 표출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그 클럽을 담아두고 있으며 동시에 자신과 클럽의 관계가 거리 ZERO임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곧 'Milan is my club, thus part of myself.'가 밀란 서포터의 밀란에 대한 생각입니다. 대부분은 역시 멋진 경기를 보는 데 그치지만 일부는 적극적으로 응원에 참여합니다. 이들을 울트라스라고 해야겠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국의 서포터클럽은 사실 울트라스입니다. (물론 서포터스 클럽의 범주에 들기도 합니다만.) 물론 울트라스가 서포터가 아닌 건 아니죠. 근본적으로 울트라스는 서포터가 되지 않고서는 될 수가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서포터들이 모종의 이유로 (친목이 되었든 혹은 발언권을 위했든, 기타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결성한 모임이 서포터스 클럽(supporters' club)이 됩니다. 울트라스가 거의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는 잉글랜드에서 서포터스 클럽은 대단히 많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팬'은, 사실 '나는 밀란이 좋아'면 족한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밀란의 팬이면서 삼프도리아의 팬이고 심지어 (거의 없겠지만) 인테르의 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밀란의 서포터이면서 인테르의 서포터이기는 -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안양의 서포터이면서 울트라스는 못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요새 분위기에 관련성이 상당히 있을 법한 내용입니다. 글 내용이 지리멸렬해지기 쉬운 주제이긴 합니다만.

앞서 3개 프로팀 서포터클럽의 발족을 이야기했죠? 사실 이들 서포터클럽의 존재는 정말 사막 한가운데에서 숲을 조성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 받고 하냐'는 시대착오적인 코미디로 웃어넘기는 게 생산적이겠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척박하고 서포터클럽의 앞날은 불안합니다.

제가 리그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게 97년쯤이니 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저는 축구경기장에 '치어리더'가 존재하는 것을 제 눈으로 여러번 보았습니다. 동시에 그들이 망신을 당하는 모습, 밀려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아마 월드컵을 전후해서 축구에 관심을 기울이신 분들은 축구장에 웬 치어리더냐 하는 생각이 드시겠지만, 원래 한국에 뿌리박은 문화는 진정한 왜색 응원문화, 혹은 연고전식 응원문화라고 하는 변질된 치어리더 방식이었습니다. 영화 Bring it on을 보시거나, 기타 NCAA, 혹은 치어리딩 경연 (가끔 SBS 스포츠채널에서 합니다.) 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치어리더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는 절대 한국과 같은 식으로 관중 한가운데서 응원을 주도하는 '응원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박수유도까지로 끝나고, 나머지는 자유, 즉 누군가 튀어나와 우리나라 서포터클럽마냥 리딩을 하기도 하는 (예를 들어 "Who's gonna win?" "Crueger!" 하는 식입니다.) 무대가 벌어집니다. 저도 미군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직접 보았지만, 미국인의 응원 스타일도 상당히 멋진 데가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의 사립중고교에 유입될 때는 집단응원을 주도하는 소위 '응원단장'과, 여기에 장식품으로서의 치어리더로 바뀌었습니다. 치어리더의 역할이 퍼포먼스에서 직접적인 리딩으로 바뀐 거죠. 일본에서 프로야구는 조금 다르지만 실업배구 V리그나 고교야구, 축구 (연말 국왕배의 초기라운드에서 고교팀을 보시면 나옵니다.) 등에서는 이 전형이 나타납니다. 한국에서는 이게 어떻게 바뀌느냐?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모두 리딩이 됩니다. 어찌 보면 다소 영세한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실제 LG스포츠에서는 이상한 응원단장 아저씨 하나와 (파도도 못 띄웁니다) 치어리더 두명 가지고 안양운동장에서 리딩을 하려 한 적도 있습니다. 제 기억에는 전남이 가장 마지막까지 치어리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치어리더가 결국 축구장에서 쫓겨났지만, 여전히 한국인에게 있어 익숙한 것은 바로 이 치어리더에 의한 응원입니다. 조금 나은 게 김흥국 응원단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를 바는 없습니다. 보기에 광적이고 (시각적 방법이 더 강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일사불란하니 꼭 왜적들 같은 것이 거부감 간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나, 혹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 해서 서포터클럽과 거리를 두는 분들이 한국의 경기장에는 많고, 그래서 월드컵을 치렀음에도 서포터클럽이 아직 소위 '일반 관중'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여담인데, '일사불란하다'며 비난하는 분들이 꼭 서포터클럽에서 일사불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이면 '응원 열심히 안한다'고 비난하는 것 같더군요.) '일반 관중'과의 거리는 곧 다시금 서포터클럽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과 거부감을 낳는 악순환이 됩니다. 이것을 깨는 방법은? 글쎄요? 서포터클럽을 해체하는 것 말고는 생산적인 길로는 전혀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그리고 서포터클럽이 대안없이 모두 사라지면 아마 우리나라 축구장은 96년 이전의, 그 개념없이 리딩하는 치어리더와 관중에게 고래고래 욕이나 해대는 경기장 관리인의 장이 되겠죠.

혹은 서포터클럽이 스스로의 틀에 갇히는 꼴이 생겨납니다. 우리 나라의 서포터클럽은 사실 사회 조직으로서 그리 크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랑블루가 경기장에 모이는 수가 3천명이라고 해도 그 정도로는 고인 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은 여기에도 적용됩니다. '썩는다'라는 말이 뉘앙스가 영 다르다는 것 분명합니다만, 서포터클럽이, 울트라스가 새로운 인원의 흡수 없이는 근본주의적인 길로 갈 수밖에 없음은 자명합니다. 월드컵 직후에 서포터클럽의 문제가 생겨나지 않은 것도 수없이 증가한 인원에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일반 관중'들이 서포터클럽을 포용할 때 서포터클럽에 신선한 유입이 있고 썩지 않는 것이란 점입니다.

또 근래 문제가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집단성 문제입니다. 수원 의자 파손 사건, 불전동차 사건, 마그노 사건(이것은 미결 과제입니다만, 시나리오 전개를 위해 MGB측의 서술대로 해보겠습니다.)을 각각 다음의 예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1) 도쿄에서 있었던 한일전 후 한국쪽 좌석에 파손된 의자가 발견되었고 일본축구협회와 울트라 닛폰은 대한축구협회와 붉은악마들 측에 배상을 요구했다.
2) 한국과의 A매치를 갖게 된 잉글랜드 국가대표 서포터클럽 사이트 초기화면에 '비행기 추락 한국전'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발끈한 붉은악마들이 서포터클럽과 잉글랜드 FA의 해체를 요구했다.
3) 상하이에서 있었던 한중전 후 중국 치우미(로 추정되는 10인쯤)가 '이동국 병신'(물론 한국어로)을 외치며 길을 막아서서 이동국이 그들을 밀어버렸다. 이에 대해 붉은악마들이 '공갈 날조를 벌이고 있으므로 중국 치우미회는 다음번 한중전 때 붉은악마들 앞에 와서 사죄하라'는 요구를 했다.

어느 것을 봐도 가당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잘못을 한 '개인'과 서포터클럽이라는 '단체' 사이의 연관 관계가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2에 대해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대구팬 중 일부는 '당연히' 안양구단 해체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혹은 '단체'가 명확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는 서포터클럽이 철저히 친목집단으로서, 별다른 규제 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한국 국민이 외국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체포해서 인도하는 것 말고) 구체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한국과 같이 집단성을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겠으나, 그 차이만큼은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됩니다. 늘어지는 것같아 정리를 하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대다수는, 실제 서포터라고 생각합니다. 꼭 서포터클럽(=울트라스)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도, 특정 클럽을 응원하고, 자주 가서 지켜보는 것은 서포터의 요건에 딱 맞습니다. 따라서 서포터라는 이름으로 받는 비난은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잊으시면 안되겠습니다. 어떤 누가 서포터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다는 것은 곧 여러분의 클럽사랑, 서포트를 정면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서포터클럽, 울트라스의 존재는 축구를 축구답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팬의 목소리를 내준 것은 울트라스 뿐이었으니까요. 그들이 아니었다면 여러분은 아직도 치어리더와 막대풍선이 난무하는 축구경기를 보셔야 했을 겁니다. 이에 비하면 1년에 서너번 패싸움을 벌이는 편이 차라리 축구 보는 데는 낫습니다. (패싸움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서포터클럽의 불건전화가 우려되신다면 이것을 고쳐놓아야지 서포터클럽을 타파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포터가 없는 프로클럽은 붕괴됩니다. 서포터는 존재하는 한 당연히 서포터클럽을 만들게 되어 있고 또 울트라스가 생겨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자연스러운 기제를 부정하시면, 이는 리그의 붕괴, 또 축구의 붕괴를 낳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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