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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뉴비의 첫글] 인천이 부진하는 근본적인 이유

오성윤의축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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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와 실망의 상관관계는 미묘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에 대해 기대감을 가짐으로써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소모될 삶의 원동력을 충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도출됐을 시 느끼게 되는 실망감은 기대감과 동일한, 혹은 더 큰 정도로 되돌아온다. 특히 특정 대상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높아졌을 경우 실망감이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스포츠에 대입해본다면, K리그1의 인천 유나이티드를 단적인 예시로써 꼽을 수 있다. ‘생존왕‘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다닌 인천은 2020 시즌 조성환 감독 부임 이래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그동안 어딘가 문제점이 존재했던 스쿼드에 대대적인 개편을 가져갔고, 조성환 감독의 리빌딩은 하위 스플릿을 전전하던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시아 무대를 바라보는 팀으로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발걸음으로 귀결되었다. 

조성환 감독의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빅클럽으로의 성장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한 인천은 탄력을 받기 위해 파격적인 겨울이적시장을 계획했다. ‘K리그 최고의 크랙’으로 불린 제르소와 포항에서 ‘축구도사’로 군림한 바 있는 신진호 등을 영입하여 이름값 있는 선수들로 스쿼드를 채웠다. 리그 우승권이라는 예측이 나왔을 정도로 경쟁력 있는 스쿼드를 구착한 인천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경기당 승점 1점으로 5경기 동안 단 5점밖에 적립하지 못했으며, 경기력 또한 냉정하게 기대 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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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에 위치한 인천, 득실차에서 저조한 득점력과 불안정한 수비를 파악할 수 있다 (출처: FOTMOB)


신진호-이명주 중원 조합 조직력 문제, 제르소-음포쿠 등 외국인 선수의 저조한 활약 등 인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많은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실제로 인천은 경쟁력 있는 선수진을 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했고, 파괴력과 안정감 또한 지난 시즌보다 약화되었다. 그렇다면 선수단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인천이 전술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수비진에 있다. 경험 많은 베테랑을 주축으로 델브리지-강민수-김동민으로 구성된 이른바 ‘통곡의 백스리’를 구축한 인천은 2022 시즌 울산과 전북, 포항 다음으로 적은 실점을 했을 정도로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보였다. 하지만 인천의 백스리는 단순히 최종 수비라인 방어라는 일차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인천이 빌드업 국면에서 공격 전개 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이는 지난 시즌 조성환 감독이 개별 지공 국면에서의 공수 역할 분담을 이뤄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천은 아래 제시한 자료와 같이 좌측 스토퍼로 기용한 델브리지를 활용하여 측면 사각형을 형성했다. 이주용/민경현의 높은 포지셔닝, 아길라르와 이동수의 지원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의 이끌림을 유도하였고, 이에 따라 중앙에 위치한 김도혁/이명주에게 발생한 공간으로 전개 방향을 전환했을 때 우측에서 빠르게 공격 작업을 이어나갔다. 주로 우측 스토퍼로 기용되는 김동민 또한 방향이 전환된 공격 상황에서 높고 공격적인 포지셔닝 플레이를 통해 측면 공격 수싸움에 가세한다.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최대로 이끌어냈으며 이의 후속 효과로써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까지 점하게 되는 효과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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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브리지와 이주용-아길라르-이동수가 측면 사각형 형성


하지만 2023 시즌, 겨울이적시장을 보낸 인천의 선수단 활용도는 더욱 소극적으로 변했다. 기본적으로 후방에서 빌드업을 진행할 때의 대형은 동일하다. 백스리가 넓게 포진해있고 그 윗선에 신진호-이명주가 자리를 잡아 후반 3-2 시스템을 구축했고, 전방에는 윙백을 포함한 5명의 선수가 상대 수비라인을 억제하기 위해 깊게 위치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진호와 이명주가 모두 관여하면서 인천의 후방 빌드업은 고착화된다. 신진호가 후방에서 측면에 치우쳐진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신진호가 고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측면의 윙백은 필연적으로 낮은 지역까지 내려오게 되고, 이 상황이 타개되지 않는다면 6명의 선수가 후방에 위치하게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는 인천의 공격 인원이 전방 쓰리톱 정도로 제한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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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기본 빌드업 대형 


에르난데스가 연계를 위해 낮은 지역까지 내려오는 움직임을 종종 가져가기도 하지만, 측면 전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 이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측면 공간 창출 실패 이후 무리하게 에르난데스에게 볼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소유권이 넘어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제르소도 낮은 지역에서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가고 자신의 개인 능력으로 상황을 풀어나가려고 하지만, 이 또한 잘 풀리지 않아 인천의 각 라인은 최후방부터 최전방까지 아래로 처지고 소극적 성향이 다분한 형태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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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에 6명의 선수가 위치하고, 에르난데스가 내려온다면 전방에는 3명밖에 남지 않는다.


인천은 지난 시즌에 비해 전체적인 수비라인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후방 빌드업을 전개하는 지역 또한 높은 경향성을 띄지만, 백스리의 양쪽 스토퍼에게 ‘측면 방어’라는 기본적인 역할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축소됐지만 그 공간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의 수는 더욱 줄었다. 이는 수비 불안정이라는 새로운 문제와도 결부되는데, 빌드업 국면과 전개 국면에서 좁은 공간에서의 비효율에 가까운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인천의 문제점을 파악한 상대팀은 이를 이용한 공간 압박을 통해 공을 탈취한 후 득점에 가까운 상황을 창출한다.

인천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하는 팀이다. 이는 시즌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리그만을 바라보아서는 안되며 이전보다 더 철저하게 한 시즌 농사를 준비해서는 안됨을 의미한다. 첫 실전 돌입 후 조직력을 맞추고 상대를 파악하는 기간으로 불리는 5라운드까지의 탐색 기간이 끝난 지금, 인천은 5경기 동안 계속해서 노출한 전술적 결함을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 선수단이 이전보다 더욱 다채로워진만큼 조성환 감독은 지금의 위기를 빠르게 기회로 치환해야한다. 이젠 ‘반등’이 아닌 ‘성공’을 노리는 팀으로 성장한 인천의 조성환 감독이 과연 인천의 비전에 걸맞는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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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블로그 오성윤의 축구방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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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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