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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인천은 중원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인천의 고질적 문제

오성윤의축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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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2022시즌을 바탕으로 변화한 팀의 위상을 감안하여 스쿼드의 퀄리티를 드높일 수 있는 ‘빅 사이닝’을 영입 방침으로 설정하였고, 이를 토대로 한 인천의 화려한 이적시장 행보를 미루어보았을 때 신진호-이명주라는 리그 최고의 허리 라인을 형성한 인천의 최대 장점은 중원으로 꼽혔다. 하지만 인천은 신진호-이명주 등 패싱 및 조율 능력이 뛰어난 MF 자원들을 적절히 조화시키지 못했고, 1라운드부터 중원 라인에 대한 전술적 실패를 노출하며 프리시즌간 연습하고 구상한 시즌 중원 계획에 대한 수정 및 개편 작업에 착수해야만 했다.

신진호-이명주 모두 팀의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조율 능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실제 경기에서 둘은 전진을 지양하고 횡적인 패스를 자주 시도하여 인천의 전진성에 오히려 독이 되었는데, 이 때문에 인천이 상대의 전방 압박에 유연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수비적으로 무너지는 것이라고 판단한 조성환 감독는 신진호의 파트너로 수비적으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DM 문지환/이동수를 배치했다. 이명주를 파트너로 했을 때 둘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다소 가라앉는 경향이 있던 중원에 DM 롤을 수행할 수 있는 문지환/이동수를 추가함으로써 각각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인업 상 변화를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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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 1라운드 경인더비, 횡적인 패스가 많았던 이명주-신진호에게 서울의 전방 압박이 가해지며 결국 고립

 

문지환/이동수는 신진호의 심리적•체력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역할로써 인천의 전진성을 높이고 수비적인 안정감 또한 확보했다. 신진호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그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배정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조성환 감독는 DM 문지환/이동수에게 어떤 전술적 역할을 부여했을까? 7라운드 강원전을 통해 이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조성환 감독은 지공 국면에서의 공격 진행 방향을 왼쪽 측면으로 설정했다. 이는 이명주를 문지환으로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은 ‘중원 전진성 부족‘ 문제에 대한 조치 및 볼 운반 능력이 뛰어난 제르소의 최대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때 CM 신진호는 다소 수동적인 포지셔닝을 가져감에 따라 각각 한 명 이상의 마크맨이 배치된 인천 선수들에게 창의적인 방향 전환 패스를 공급해야하는 부담을 갖는 대신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서 자신의 마크맨을 등진채로 동료 선수와 패스 워크를 전개하며 좌측 공격 작업을 더욱 원활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인천은 왼쪽 측면에서 공격 작업을 전개할 시, CM 신진호와 더불어 LCB로 기용된 델브리지와 ST 천성훈까지 지원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LW 제르소-LWB 민경현-CM 신진호로 국한되었던 측면 인원들에게 패스 선택지를 제공한다. 위의 자료와 같이 LCB 델브리지와 ST 천성훈의 가담 움직임으로 인천은 좌측면 오각형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때 인천의 오각형은 상대 수비진과 1v1 구도를 맞이함으로써 LW 제르소-LWB 민경현-CM 신진호만이 측면 작업에 참여했을 때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상대와의 수적 동위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CM 신진호는 이전보다 증가한 패스 선택지를 두고 인천 공격에 유연함을 더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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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좌측 오각형, 신진호는 상대 ST 디노의 압박을 받으면서 반대 전환을 택하는 선택보다 더욱 여유로운 측면 플레이 측면이 가능해진다

 

인천은 CM 신진호를 직접적으로 거치지 않고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LWB 민경현과 인천의 공격 기점이 되는 CM 신진호에게 가해지는 상대 선수의 압박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ST 천성훈을 활용하는 것이다. LCB 델브리지가 ST 천성훈의 머리를 향한 롱킥을 전달하는데 성공하면, ST 천성훈은 상황에 따라 제르소에 대한 패스를 보낼 수도 있고 LW 제르소가 침투하는 공간에 대한 패스를 보낼 수도 있다. LCB 델브리지가 측면 터치라인을 따라가는 패스를 통해 제르소에게 다이렉트하게 연결하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위와 같이 다채로운 측면 패스 선택지의 결과로써 LW 제르소가 상대와의 1v1 상황에 돌입했을 때 상대 수비 진형은 왼쪽 측면으로 밀집되는데, 이때 RW 에르난데스는 LW제르소에게 시선이 집중된 상대 수비진의 블라인드 사이드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공간적인 여유를 얻는다. 인천의 선제 득점 장면이 그 단적인 예시다. 상대 박스 측면 지역에서 패스를 공급받은 제르소는 박스 내부로의 볼 운반을 시도했고 이에 대해 강원의 수비 대형은 LW 제르소를 중심으로 밀집되는 움직임을 띄었는데, 비록 쇄도하는 김준엽이 득점을 성공시키긴 했으나 해당 장면에서 RW 에르난데스에게 광활한 공간이 열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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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천성훈에게 한 번에 건네주는 델브리지의 로빙 패스와 LW 제르소를 노리는 천성훈의 패스

 

의도적으로 경기 상황에서 RWB 김준엽과 RW 에르난데스의 스위칭을 지시함으로써 김준엽에게는 쇄도를, 에르난데스에게는 더욱 넓은 공간에서의 장점 발휘를 주문한 것이다. 이러한 스위칭 움직임은 일시적이지 않았고, 지공 상황에서도 유지되며 마치 RWB와 같이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에르난데스에게 연계 및 돌파를 맡기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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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상황에서 골이 터지긴 했지만 상대 배후 공간에서부터 쇄도한 에르난데스에게 공간이 열렸다 (출처: 쿠팡플레이)

 

이러한 인천의 측면 전개 시스템에서 문지환은 신진호의 패싱 및 조율 능력을 극대화시켜야 했고, 따라서 신진호가 지공 국면에서의 패스 워크에 집중하도록 수비 부담을 덜어주어야 했다.

볼 비점유 상황에서 문지환은 일반적으로 신진호와 컴팩트한 허리라인을 형성했다. 하지만 상대가 측면으로 볼을 전개할 시 문지환은 곧바로 달려가며 상대의 측면 전개를 저지했다. 횡적으로 달려오는 문지환의 커버 구역 밖인 상대 RWB 김진호/RW 김대원으로의 패스길은 LWB 민경현 협력 수비를 통해 차단했다. 신진호는 수비 국면에서 측면 깊숙한 구역까지 진입하여 적극적으로 협력 수비를 펼치는 대신 중앙을 지키며 중앙으로의 패스를 차단하거나 상대의 중앙 돌파를 통제하는 경향을 보였고, 수비 국면에서 정적인 신진호의 가담 움직임은 문지환이 중앙의 횡라인을 주요 활동 반경 삼아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면서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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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횡라인(파란 구간)을 오가며 신진호의 수비 범위까지 커버했다
 
또한 문지환은 주로 측면 터치라인을 따라 공격을 펼쳐나가는 인천이 공을 탈취당했을 시 발생하는 공간으로 달려가 강원의 찬스를 파울 혹은 백패스를 유도하는 압박 등을 통해 상대가 해당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러한 문지환의 즉각적인 수비 동작은 강원의 전진을 저지함으로써 인천이 상대 공격에 대응하는 수비 동작을 가다듬고 볼의 소유권이 넘어감에 따라 비효율적인 공간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위치를 재배치하는 시간적 여유를 벌어다주는 효과를 가진다. 상대가 문지환의 압박 움직임에서 돌파해나왔을 시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문지환의 수비 구역을 커버할 수 있는 김연수를 높은 지점에 위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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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주황색)으로 달려감으로써 강원의 전진을 억제하는 문지환(파란색 화살표가 그 동선)

 

좌측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 위치한 신진호의 우측면 관여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문지환은 오른쪽 측면에 국한되어 후방에서 볼은 운반 및 투입하는 역할을 배정받았다. 인천의 주요 공격 루트를 통제하기 위해 왼쪽 측면에 집중하는 강원의 시스템으로 인해 문지환은 오른쪽 측면 구역에서 넓은 공간을 활용하면서 인천의 오른쪽 측면 전개의 기점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좌측면에서 신진호의 패스를 받아 우측으로 전환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신진호에게 집중된 상대 압박 덕분에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점유하게 된 문지환은 방향 전환, 다른 측면에서의 플레이메이킹 등 후방 빌드업 및 전개 국면에서 더 많은 롤을 수행함으로써 신진호가 왼쪽 측면에 집중할 수 있게끔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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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면 후방 플레이메이킹을 담당한 문지환

 

인천은 위와 같이 문지환에게 공수 양면에서 많은 롤을 담당하게끔 함으로써 신진호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자 했다. 실제로 문지환이 신진호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신진호가 더욱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하게 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고정적인 수비라인과 수동적인 포지셔닝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모양새이고, 이에 따라 측면 작업 시의 투박함은 여전히 인천이 보완해나가야 할 고질적인 문제로써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상황에 맞는 유연한 오프더볼 움직임의 부재로 인해 한정된 인원으로 상대와 수적 열세 혹은 동위에서 측면 전개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선수들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발생해 결국 상대가 의도한대로 경기가 흘러가게끔 하고, 이는 인천이 승리를 챙긴 경기에서도 경기력 측면에서 답답함을 보인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강원전 조성환 감독은 LCB 델브리지와 ST 천성훈에게 측면 작업 가담 움직임을 주문함으로써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는 듯한 시도를 보였으나, 앞서 언급한 바대로 측면 공격 작업에 참여하는 선수들간 더욱 능동적이고 유기적인 스위칭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교란할 필요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제르소’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인천만의 확고한 공격 루트에 대한 해답에는 근접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천의 공격 옵션이 제르소의 개인 능력으로 획일화되면서 경기력적으로 침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볼 운반에 관련하여 제르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만 한다. 따라서 인천은 주로 좌측에서 전개하는 공격 국면에서의 준비된 패스 워크 등을 통해 볼의 운반 과정을 더욱 다채롭게 할 필요가 있다.

리그뿐만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인천이 자신들만의 확실한 공격 옵션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부전술을 마련함으로써 구단의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혹은 이대로 부진의 늪에 빠져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뤄냈으나 그에 대한 대비를 적절히 하지 못하며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은 경남FC의 행보를 걷게 될지, 이 갈림길에 놓인 인천이 어떻게 위기를 해결해나갈지 그 미래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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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천 유나이티드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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