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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서포터 이야기 (4) - 영국 축구의 비극 헤이셀과 힐스버루

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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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니입니다. 4번쨰 이야기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크나큰 사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올드팬들이라면 이 사건을 아실것이고 아직 20대이신 분들은 이사건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정말 다시는 일어나서도 안되는 사건이며, 희생자분들에게 추모를 전하고자 다시 한번 사건을 이야기해 봅니다. 

1970~80년대 훌리건으로 인해 가는 곳마다 문제가 많았던 영국 축구였지만 그 성적은 유럽 정상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리버풀은 1973년과 1976년 두 번의 UEFA컵을 시작으로 1977년, 1978년, 1981년, 1984년 챔피언스컵을 4차례나 차지하는 등 한마디로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었지요. 다음해인 1985년, 역시 챔피언스컵 결승에 오른 리버풀은 중립국 원칙에 의해 벨기에서 유벤투스와의 마지막 한판을 치루게 됩니다. 장소는 브뤼셀의 헤이셀(Heysel) 스타디움. 이곳에서 영국 축구의 비극은 일어납니다.

유럽챔피언을 가리는 중요한 경기답게 양팀에서는 많은 원정단이 벨기에로 들어왔는데 이중에는 리버풀을 추종하는 훌리건 세력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유럽 본토에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싶다는 우월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울트라(Ultras)들에 대한 라이벌의식, 1984년 리버풀의 팬들이 이탈리아 팬들에게 공격당했었던 사건등이 여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륙의 울트라들에게 언제 우리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 며 벼르던 참에 경기가 열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1985년 5월 29일. 전세계 4억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럽의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전날부터 브뤼셀 시내는 영국 훌리건들과 이탈리아 울트라간의 패싸움, 약탈, 방화등으로 몸살을 앓은 후였고 이 때문에 많은 경찰들은 여기에 투입되어야만 했습니다. 이는 정작 경기장에 투입해야 할 경찰의 부족으로 이어져 게이트에서는 검문검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많은 훌리건들이 쇠파이프와 몽둥이, 칼 같은 무기를 소지한체 경기장에 들어오는 결과를 낳습니다.

원래 두팀의 팬들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모두 골대 뒤에 자리잡게 되어있었지만 많은 표가 암시장에 흘러들면서 중앙의 중립지역에도 상당수의 유벤투스 팬들이 앉게 되자 문제는 발생합니다. 훌리건들은 가까운 이곳에 자리잡은 이탈리아 팬들을 표적으로 삼았고 얼마후 일제히 쇠파이프와 몽둥이를 든체 중립지역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이들이 유벤투스 팬들은 물론 일반 관중들도 무차별 폭행하자 스타디움을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관중들은 서로 먼저 피하기 위해 일제히 통로쪽으로 몰렸고 이 과정에서 스타디움 한쪽에 자리잡은 7미터짜리 콘크리트 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밀집된 지역에 거대한 벽이 무너지자 많은 사람들이 콘크리트 더미에 깔리는 참극이 일어납니다.

생중계로 이를 지켜보던 4억의 시청자들은 그저 넋을 잃고 이 처참한 광경을 바라 봐야만 했습니다. 결국 이 사고로 39명이 목숨을 잃고 454명이 부상을 입는 참담한 결과가 나옵니다. 벨기에 경찰은 사건의 주동자인 훌리건 26명을 구속했고 유럽축구협회(UEFA)는 향후 5년간 모든 영국 클럽들의 유럽대회 참가를 금지시킴으로써 유럽 정상을 달리던 영국 축구는 일순간 나락에 빠지고 맙니다.

한편 전 유럽에서 영국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영국정부는 경기장 폭력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여기에는 '원정서포터들은 의무적으로 기차역에서 경기장으로 곧바로 이동해야만 한다' 나 '원정서포터들은 경기가 끝난후 반드시 30분동안 경찰의 통제하에 서포터석에 머물러야 한다' 등 서포터 전반에 관한 통제조항도 포함됩니다. 훌리건 박멸과 서포터 보호라는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서포터석마저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경기장 문화의 일부인 서포터석은 그대로 존속하는 방향으로 헤이셀 사건은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4년후의 힐스버루(Hillsborough) 사건은 이런 서포터문화에 영원한 타격을 안겨주고 맙니다. 1989년 6월, 사건은 역시 리버풀이 노팅햄 포리스트와 FA컵 준결승 경기를 치루는 셰필드의 힐스버루 스타디움에서 일어납니다. 헤이셀 사건 이후 영국에서는 경기장 주류반입이 금지되었는데 이는 관중들이 근처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경기 직전에야 떼지어 입장하는 새로운 문화를 낳게 됩니다.

역시 이날도 많은 관중들이 시내에서 술을 마시고 경기 시작 직전에 스타디움으로 이동했는데 힐스버루의 매표소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경기시간이 가까워지도록 많은 관중들이 밖에서 표를 구하지 못한체 입장마저 늦어지자 경기장 주변의 분위기는 매우 험악해집니다. 바로 이 순간 리버풀의 서포터석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열리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게이트가 열리자 사람들은 무작정 물밀 듯이 여기로 몰려들기시작했고 앞이 철창으로 막혀있던 서포터석은 대혼란에 빠집니다. 결국 먼저 서포터석에서 응원하던 리버풀의 서포터들은 몰려드는 인파와 철창사이에서 피할 곳을 찾지 못한체 압사당하는 비참한 운명을 맞이합니다.

이 사고로 95명의 서포터가 목숨을 잃고 170명이 부상을 입습니다. 슬픔 속에 리버풀 전역에는 조기가 계양되었고 리버풀의 Anfield 스타디움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들로 뒤덮이게 됩니다.

그러나 힐스버루사건이 가져온 충격은 4년전의 헤이셀사건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축구장의 모든 문제가 훌리건 때문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문제가 훌리건에만 국한된것이 아니라 서포터를 포함한 관중 전체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두번다시 이런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경기장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프리미어리그 모든 경기장에서 서포터석을 없애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테일러 보고서(Taylor Report)가 실행에 옮겨지게 됩니다.

테일러 보고서와 함께 긴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의 서포터 문화는 완전히 뒤집히는 운명을 맞습니다. 모든 서포터석들이 해체되었고 대신 여기에 의자들이 자리잡으며 구단들은 공사비용을 위해 입장료를 인상, 3등석의 수용규모마저 평균 5000석씩 줄어들자 서포터들의 입장료는 이전보다 350% 이상 오르게 됩니다. 경기를 볼 수 있는 서포터의 수가 줄어들고 입장료까지 세배이상 뛰자 많은 서포터들이 축구장을 떠나는 등 서포터문화는 전반적인 시련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더 이상 축구를 서서 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테일러 보고서에 따라 모든 관중들은 좌석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해야 하고 전문 경비회사에서 경기장 안전을 담당하게 되자 이들은 훌리건들은 물론 일어서서 경기를 관람하려는 일반 서포터들까지 무차별 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서 보려는 서포터들과 이를 제지하는 안전요원사이에 많은 충돌이 있었고 반발한 서포터들은 함께 일어서 'Stand up for the Champions'와 같은 응원가를 부르며 여기에 대항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얼마후 매표소 컴퓨터가 서포터들의 자리를 분산 배치시키면서 중단되고 맙니다. 'United We Stand'를 외치던 서포터들은 관중석 곳곳에 흩어졌고 결국 30년 가까이 각종 응원가소리로 시끄럽던 영국 구장들은 이제 예전같지 않다는 탄식만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1960년대 더 콥(The Kop)과 함께 영국 서포터 문화의 르네상스를 탄생시킨 리버풀... 그러나 30년 후, 이를 몰락시킨 주인공 역시 이 리버풀이라는 점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지금까지 폭력문제가 없는 우리지만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이는 서포터에서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점에 늘 주의를 가지고 조그만 불씨라도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노력이 필요다는 생각이 듭니다.

Carmina Burana: O Fortuna 銀!

참고자료 : Hooligans - Fakten, Hintergruende, Analysen (Cicero Verlag, 1996) European Football, Dan Goldstein (The Rough Guide, 1997) 1000 Tips Europacup (Klartext, 1997)

출처:하이텔 축구동호회 이은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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