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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프리뷰/리뷰 우리나라 최초 서포터의 토대가 된 칸타타선언문을 아십니까?

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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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니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무거운 주제가 될듯도 하지만.  우리나라 서포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알수 있는 선언문 내용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당시 얼마나 비장했었는지를 알수 있는 내용입니다. 역시 재미있게 읽어봐 주시고 초대 선언문과 행동을 옮기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내용 시작하겠습니다.

 

1995년의 한국 축구! 고정운-신태용-사리체프의 천안(현 성남)일화와 황선홍-라데-홍명보가 이끄는 포항이 한국 프로 축구를 대변하는 강팀이었으며, 두 팀간에 벌어졌던 그 해의 챔피언 결정전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러나, 관중석은 언제나 텅 비어 있었으며 축구 팬 문화도 전무했다. 그저 넓직한 스탠드의 한 구석에서 소주잔 기울이는 경기장 터줏대감 몇 명이서 경기를 감상했으며, 관중을 위한 리그가 아닌 그들만의 리그였다. 당연히 서포터스 클럽도 없었고 붉은악마는 태동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2002 월드컵의 개최도 불투명 했으며 지금처럼 축구를 둘러싼 이슈가 세상에서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해 겨울… 대학로의 한 커피 숍…
거기에서 작고 초라하지만 기념할만한 모임이 하나 있었다. 당시 PC 통신 하이텔 축구 동호회의 몇몇 멤버들이, 좀 더 조직화되고 정체성과 목적의식이 뚜렷한 동호회를 만들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그리고 그들은 몇몇 결정 사항을 정리하여 선언문을 채택하였으며 회원들을 독려하면서 선언문의 내용을 실천에 옮기게 된다. 그것이 PC 통신을 매개로 한 축구 팬 운동의 시발점이었으며 후에 붉은악마와 각 프로 팀 서포터스 클럽, 기타 건강한 축구 팬 문화를 생산해 내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은 1995년 12월, 당시 하이텔 축구 동호회 대표 시삽인 박중현님의 이름으로 공지된 선언문 전문이다. 함 찬찬히 읽어 보시라! (1995년 말에 작성된 점에 유의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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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타 타 선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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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 축구동호회의 발전을 위해서 좀 더 목적의식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운영을 하고자 95년 12월 16일에 대학로 칸타타에서 칸타타선언을 발표한다.

- 열린 동호회를 지향한다.
결코 골수 축구팬들의 모임으로 존재해서는 안된다 라는 명제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 실천하는 동호회를 지향한다.
우리끼리 자위행위를 하자고 모인 동호회가 아니라 축구발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일체의 영리나 권위 등을 배격한다.
동호회 활동을 위한 것이 아닌 상업적인 수익사업이나 활동, 동호회의 세과시 등은 배격한다.

- 시류에 따르는 축구팬이 아닌 진정한 축구팬의 자세를 추구한다.
기회주의적인 축구사랑이 아니라 영원한 축구팬으로서의 자세를 견지한다.

-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궂은 일이나 험한 일이라도 가리지 않고 그것이 한국축구를 위한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여 수행한다.

- 2002년 월드컵의 한국개최와 남북공동개최를 적극 지지한다.
당금의 한국축구 목적인 2002월드컵의 한국 개최를 위하여 축구동이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최선을 다한다. 더불어 다가올 통일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남북공동개최를 적극 추진한다.

- 올바른 통신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
축구팬의 입장과 더불어 정보화시대를 맞이하는 통신인의 입장을 함께 자각하여 예의범절을 중시하고 올바른 토의문화 및 통신문화의 정착을 위해 축구동 회원이 먼저 노력한다.

- 올바른 한국적 축구문화의 창달 및 보급에 노력한다.
현재의 한국축구문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며 이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나 단 성급한 서구축구문화의 맹목적 추종이나 왜색 문화에 대한 과장된 동경을 경계한다. 이를 통해 올바른 한국적 축구문화의 창달 및 보급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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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비장하기도 하고 절박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선언문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내용은 진심어린 축구 팬의 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당신이 보기엔 유치한가? 물론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최소한 당시에 선언문을 채택한 사람들과 그것을 유치 찬란 나부랭이로 보지 않고 심각하게 공감하고 실천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당시의 한국 축구는 메마르고 황량한 땅에 서 있었으니까…

지금의 붉은악마와 각 프로 팀 서포터스 클럽을 보자. 삐걱 거리고 좌충우돌 하는 시행착오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건강한 팬 문화를 향해 발전하고 있다. 그것은 위의 선언문과 같이 출발과 동기 자체가 건강했으며, 그런 건강한 사상을 공감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을 보아서 알겠지만, 일반적인 제3자의 관점에서 지적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대부분 명확하게 차단되어 있다. 오직 순수한 마음과 뜨거운 가슴만이 강조될 뿐이다.

지금의 어린 서포터들이 위 선언문과 같은 투사적인 결연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투쟁의 시대가 아닌 문화의 시대니까 ^_^) 다만 그들의 출발점과 의미를 되새겨 볼 가치는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일반 축구 팬들도 지금의 축구 팬 문화가 단순한 외래 문화의 차입이나 모방이 아닌, 한국 축구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자각 속에서 찾은 팬들 나름의 실천 방안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코 훌리건이 될 수 없는, 또한 그저 축구장에서 미쳐 발광할 수만은 없는… 출발점 자체가 다른 우리나라의 서포터스 문화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 땅의 서포터스들이여!
그대들의 출발이 얼마나 장엄하고 비장했는가를 잊지 말자!

 

 

위 내용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저희 인천유나이티드 창단전 창단활동 할때와는 비교조차 될수없는 비장함이 있는 선언문 이네요.

창단활동 할때 팀이 없는 서러움에 그저 팀이 생기길 간절히 원하면서 활동을 하였었는데 당시 저런 선언문이 있는지도 몰랐고 선언문의 내용을 알았을 떄는 이미 창단을 시킨 후에야 선언문을 접하였었는데 당시 축구팬들의 비장함을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안나오더라고요. 저 또한 인천에 팀이 없을 시 이리저리 뛰어댕기면서 창단을 위한 활동을 하였었지만 저분들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는것을 느끼게 되는 선언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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