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프리뷰/리뷰 축구인간학- 옷차림, 기념품

무니
145 17 1
URL 복사

안녕하세요! 무니 입니다. 이번에는 옷차림과 기념품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역시나 재미있는 내용이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요즈음에 축구장에 가는 팬들의 복장을 보면 가장 무도회에 참석하러 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현대 사회에서 색채와 디자인이 이만큼 범벅이 된 패션을 다른데서 찾아본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축구팬들의 복장이 옛날부터 이렇게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축구가 시작된 초창기에도 팬들은 오늘날에 못지않게 축구에 열성적이었으나 복장은 한결같이 칙칙하고 수수했다. 영국의 예를 들면 1차 세계대전 이전 무렵만 하더라도 축구팬들은 평소 입던 작업복을 벗고 단 한벌 있는 양복으로 갈아입고 경기를 보러 갔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남자는 대부분이 와이셔츠, 양복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있다. 목주위에는 엷은 빛깔의 스카프를 단단히 매고 끝을 양복 안쪽에 밀어넣고 있다. 또 머리엔 사냥용 모자나 실크햇을 반드시 썼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대전 사이가 되면 실크햇을 쓰는 신사들이 줄어들면서 일부 용감한 팬들중에는 새로운 장식품으로서 응원단의 징표가 되는 클럽의 문장을 옷에 부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또 클럽의 색채를 물들인 화려한 스카프를 목에 두르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형적인 복장 은 양복에 넥타이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0년대로 들어서면 실크햇이 완전히 자리를 감추게 되어 이제 축구장에서 정장 모자를 쓰고 오는 팬들은 보기 어렵게 되었다. 대신 팀의 색채를 곁들인 모자, 깃발, 뱃지, 문장 등 다양한 소품들이 복장에 추가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중요한 시합이 있는 날은 이런 패션은 최고조에 달하여 나이가 많은 팬들까지도 수수한 복장을 버리고 카니발과 같은 들뜬 분위기로 참가하기도 한다. 복장과 소품을 통한 이러한 의도적인 과시는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나 객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취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팀에 대한 강렬한 충성의 표시이다. 열렬한 충성의 마음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몹시 우스꽝스러운 옷까지도 어느 정도의 위엄을 갖추게 된다.

팀의 색깔을 담은 옷이나 클럽의 문장을 제외하면 팬들의 옷차림에 일정한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중요한 게임에 대비해서 개개인의 팬들이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서 각기 개성있는 장식품을 손수 만들기 때문에 이 것이 경기 당일에 다양한 광경을 연출한다. 팬들의 몸을 위로부터 차례로 점검해 보자. 우선 머리를 보면 모자는 정식 복장에서는 사라졌지만 과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높이가 자꾸만 높아져서 60 ~ 90cm에 이르기 때문에 쓰고 있기조차 불편한 것들이 많다. 선명한 무늬나 팀의 명칭, 슬로건을 써놓기도 하고 꼭대기에는 기장을 달기도 한다. 워낙 높은 모자 때문에 바로 뒤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로막기도 하지만 여기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는다. 득점하는 순간이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에 다시 높이 던지는 것이 보통이다. 최고의 순간에 높이 들어올린다는 측면에서는 깃발과 같다.

머리로 눈을 돌리면 극단적인 과시가 나타난다. 우선 머리를 팀의 색깔로 염색하는 것으로 색채 효과를 높이기 위해 표백까지 한 다음에 염색을 한다. 클럽의 색깔이 2색인 경우에는 2색으로 염색한 머리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머리 염색이 팬들 모두가 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끝나고 난뒤 머리칼을 원상태로 복구시키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한 머리장식의 또다른 형태는 팀의 문장을 본떠서 머리털을 빡빡 밀고 그 부분만 맨살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팀에 대한 충성을 나타내는 것까지는 좋아도 완전히 복구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얼굴로 눈을 돌리면 클럽의 색채를 얼굴에 그리는 안면장식이다. 공들인 색깔을 얼굴 전체에 그리기도 하고, 2등분해서 양볼에 각각 다른 빛깔을 바르는 수도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이런 장식은 고대 원주민들의 신체장식과 흡사하다. 안면 장식의 또다른 형태에는 가면을 사용하는 것도 있다. 테러리스트처럼 눈과 입만 제외하고 푹 덮는 두건 모양의 복면이 있는가 하면, 해골 모양이나 기괴한 얼굴 모양의 가면을 쓰기도 한다. 모두다 강렬하고 충격적인 효과를 발휘할 뿐 아니라 착용한 사람의 정체를 숨기는 효과도 있다. 과시가 더욱 확대되어 전신을 의상으로 감싸는 경우도 있는데 클럽의 마스코트나 상징 동물을 본떠서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닌다. 착용한 사람 자신이 걸어다니는 클럽의 문장 혹은 토템이 되는 것이다.

얼굴에서 목으로 눈을 옮기면 축구장에서 낯익은 스카프가 눈에 띈다. 스카프의 인기는 높아지기만 해서 매년 몇만, 몇십만개나 팔리며, 클럽중에는 같은 색깔에다 디자인만 바꿔서 몇종류나 되는 스카프를 판매하기도 한다. 스카프는 원래 습도가 높고 찬바람이 거칠게 부는 겨울 영국 곳곳의 경기장에서 조금이라도 몸을 덥히기 위해 필수품으로 생겨난 것이다. 오늘날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영국 서포터들로부터 훨씬 인기가 있지만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는 단순한 목도리 용도 이상의 존재가 되버렸다. 따뜻한 날씨가 되더라도 착용하며 목에 감기보다는 손목에 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손목에 스카프를 매는 패션이 급속히 유행한 것은 흔들면서 응원하기가 쉬울뿐 아니라, 몸을 보온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남자다움의 과시가 이유가 되기도 한다.

눈을 더 아래로 옮기면 클럽의 깃발을 요술장이의 망토처럼 어깨에 걸치고 등과 가슴에는 뱃지, 스티커, 클럽의 문장으로 과시한다. 심지어는 팔에 클럽 마크를 문신으로 새기는 팬들도 있으며, 일부 극단적인 팬들은 등에다 클럽의 감독과 스타 선수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겨넣기도 한다. 더 내려가서 바지를 보면 흔해 빠진 청바지에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클럽의 색으로 나비 모양의 리본을 만들어서 꿰매놓은 것을 쉽게 볼수 있다. 이러한 장식이 아무리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스스로 위엄을 갖출수 있는 것은 그 옷과 수많은 장식들을 자신들이 손수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돈만 지불하면 간단히 살수 있는 종류의 기성복이 아니며, 그 복장을 만들기 위해 소비된 시간과 노력이 클럽에 대한 애정의 정도를 반영해주는 것이다.

복장에 따라 클럽에 대한 서포터들의 충성심의 정도를 예측할수 있다. 팀 색깔이 있는 갖가지 물품의 착용이 많을수록 당연히 충성도도 높다. 또 얄팍한 티셔츠, 데님있는 자켓이나 청바지처럼 거친 옷차림, 싸움이 벌어 졌을때 나서기 쉬운 튼튼한 의복, 상대편을 걷어차기 위한 크고 무거운 부츠를 신은 편이 충성파에 속했다 이들 충성파들이야말로 억수같이 퍼붓는 비나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속에서도 경기장을 찾으며 상대팀 응원단과의 투쟁, 경찰과의 옥신각신 등 자기 클럽에 관계된 모든 행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다.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떠나 가정이라는 개인생활로 돌아오면 최고의 흥분상태로부터 일시적인 차단을 맛본다. 특히 현대에는 대도시의 형성과 교통의 발달로 경기장으로부터 몇십 킬로미터나 떨어져서 생활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축구장에서의 흥분 상태를 언제까지나 지속시키고 싶어한다. 축구 기념품은 축구장에 있는 듯한 기분을 항상 갖고 싶어하는 팬들의 욕구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자기 방의 벽이나 선반을 축구와 관련된 추억의 표시가 있는 기념품으로 장식하면 축구장에서의 분위기가 재현된다. 또 팬의 일원으로서 다른 서포터들과 나누었던 의기양양한 순간을 되살아나게 할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구와 관련있는 장식품을 찾아다니며 특정 팀이나 클럽을 연상시키는 것이 있으면 이것을 수집해서 모아야 한다.

기념품으로 가장 귀중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자기에게만 관계가 있는 것, 즉 특정한 사건에 대한 추억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스타에게서 사인을 받은 프로그램이라든가, 필드 한쪽에 떨어져 있던 것을 발견하고 훔쳐 온 스타의 정강이 보호대라든가, 주요한 승부에 대비해서 팀에서 만든 깃발 등이다. 이런 특별한 기념품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입수되는 경우가 많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잉글랜드의 어떤 팀이 네덜란드의 와이닝겐이라는 도시에서 경기를 했을때 슈팅이 너무나 강해 크로스바가 두동강이 나 부러져 버린 일이 있었다. 팬들은 순간 "와!" 하고 소리치며 필드로 들어가 부러진 크로스바를 한쪽으로 질질 끌고 가서 각자가 나이프로 깎아내어 마치 성스러운 십자가의 조각이라도 되는 것처럼 귀중한 유품으로서 집으로 갖고 돌아갔다.

위의 예와 아주 비슷하지만 대규모적인 파괴를 수반한 사건이 1977년에 웸블리에서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를 무찌른 시합 직후에 발생했다. 스코틀랜드 응원단이 필드로 몰려 들어가 많은 사람들이 양쪽 골대로 기어 올라가서 그 무게로 크로스바를 꺾었다. 원수같이 미운 상대 잉글랜드를 쓰러뜨린 위대한 날의 기념품으로 크로스바를 꺾고, 골네트를 찢고, 칼로 필드의 성스러운 잔디를 파내어 기념으로 가지고 돌아갔던 것이다. 또한 경찰의 금지조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스코틀랜드 에서는 이런 행위를 자랑스럽게 나타내는 기념 T셔츠를 찍어서 팔기도 했다.

절도나 약탈이 아닌 형태로 수집 충동을 만족시키기 위한 시도로서 각 클럽에서는 오래전부터 각종 공인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기에게만 특유한 기념품이라는 마력도 없고, 클럽에서 직접 생산한 것도 아니고, 대기업의 대량 생산품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팬들에게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특히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을때는 기념품의 수요는 자꾸 올라간다. 클럽의 공식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옛날부터 내려온 스카프와 깃발, 배지와 스티커, 문장과 페넌트, 넥타이, 사진과 포스터 외에 요즘은 클럽의 문장을 조각화한 유리제품, 팀 선수 전원의 얼굴에 각자의 사인을 복사한 것을 곁들인 장식 조끼, 팀의 색채를 이용한 모자, 클럽의 우승 기록을 새겨넣은 장식 거울, 연감과 기록집, 만년필 등도 손에 넣을수 있다. 따라서 열광적인 팬이라면 그 모든 기념품들로 자신의 방 입구에서부터 방 전체를 채움으로써 방문객에게 클럽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보이고, 자신의 보금자기를 클럽 센터의 일부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열성 팬들은 연령을 불문하고 클럽의 배지를 수집해서 몽땅 옷에 붙이고 다닌다. 경기 당일에 그들의 모습은 배지로 장식한 갑옷을 입고 나온 것처럼 보인다. 요즘에는 세탁기로 빨수도 있고 손질도 간단하며 빛이 바래지도 않는다고 선전 되는 클럽의 공식 침대 커버도 나오는 세상이기 때문에 자고 있는 동안에도 사랑하는 팀을 잊지 않을수 있다.

전문적이고 돈이 드는 수집도 있다. 축구 기념 우표의 수집에도 손을 벌릴수 있으며 축구광들 사이에는 모든 시대의 모든 시합 프로그램의 수집품이 거래 되는 일도 많다. 이런 분야에는 업자의 수가 늘어 정기적으로 '프로그램 시장' 이 서서 전문가에 의한 선별과 분류, 특히 진기하고 입수하기 어려운 품목 찾기가 성행하고 있다. 탐욕스러울 정도의 수집광들을 위해 축구 전문지들은 희귀한 기념품들의 구매를 중개하고 여러가지 통신 판매를 주선하기도 한다. 기념품 수집의 방법은 가지각색이지만 축구 애호가는 자기 팀에 대한 헌신과 정열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수 있는 물건들을 자택에 가능한한 많이 많이 모아두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팀과 관계있는 온갖 기념품에 둘러쌓여 있으면 사랑하는 팀이 잠시도 자신을 떠날 우려는 없다. 이럴때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바로 '축구의 전당'으로 들어가는 일이나 다름없다.

공유스크랩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공유

퍼머링크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4월의 공지 | 장작 넣기 자제, 징계 강화, 중고장터 15 title: 파검메이트포르테 24.04.01.14:35 1668 +99
공지 공지 인네로드 작성가이드 9 title: 침착맨준아맘 24.02.04.12:57 1647 +58
공지 공지 [인천네이션 통합 공지] (필독 요망 / 2023.12.15 수정) 6 title: 파검메이트포르테 23.02.02.00:13 18532 +48
인기 자유 고생했다 시후야!! 2 N title: 커여운 유티리브케이시 4시간 전13:16 503 +61
인기 자유 아. 어디 자랑 할곳은 없고 51 N title: 김준엽의 인천 데뷔골김준엽서를쓰겠어요 2시간 전14:57 451 +43
인기 자유 황새 “(센터백 대체발탁에 대해) 리그에서 잘나오는 센터백이 없었다.” 4 N title: 1호선 도원역INCHEONo.99 4시간 전13:19 467 +40
255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일 전14:36 159 +12
254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3일 전16:20 129 +9
253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5일 전14:26 1984 +130
252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title: 2022 TRINITY (H)관망호랑이 6일 전19:00 299 +22
251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FOCUSONUNITED 24.04.18.16:22 372 +23
250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18.15:49 172 +16
249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스날이 24.04.18.14:54 247 +20
248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4.04.12.13:48 236 +18
247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11.11:53 128 +11
246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09.13:01 109 +13
245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08.15:22 164 +13
244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4.04.08.00:55 618 +60
243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05.16:31 406 +18
242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4.04.04.23:40 231 +18
241 인유역사관
normal
무니 24.04.03.14:13 1299 +94
240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4.02.11:28 179 +11
239 칼럼/프리뷰/리뷰
image
무니 24.04.01.16:58 208 +9
238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3.28.14:29 795 +76
237 칼럼/프리뷰/리뷰
file
파검의12번째선수 24.03.27.23:10 132 +11
236 칼럼/프리뷰/리뷰
normal
무니 24.03.27.13:18 337 +25